시선·감시속 친사회적 행동은
좋은 평판·관계 유지 위한 심리
내측 전전두피질 활성화 관찰

권력자보다 보통사람이 더 영향


지금은 졸업한 대학원생 1명이 책상 위에 ‘교수님이 보고 있다’란 글을 써 놓은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 과제를 더 잘 수행하는 사회적 촉진 효과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경험해 보았으리라. 그래서 우리는 비싼 커피를 마시며 커피숍에 앉아서 시험공부나 업무 처리를 하곤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할 때 혹은 과제의 성격에 따라서는 효율이 떨어지기도 해서 잘되던 악기 연주도 안 되고 가까운 거리 퍼팅을 놓쳐 약이 오르기도 한다.

관중 효과(audience effect)는 이와는 조금 다르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을 때 행동양식, 속도와 질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 심리적으로는 대체로 자선 기부 및 다른 사람과의 이익 공유 등 친사회적 행동이 증가하고 담배꽁초나 쓰레기 함부로 버리기부터 자전거 훔치기 등 반사회적 행동은 감소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부모와 교사가 높은 기대를 보이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로젠탈 효과)나 지켜보는 사람에 따라 작업의 질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호손 효과 등도 이와 관련된 현상이다. 감시하는 눈동자 그림이나 감시카메라에 의해 이타적 행동이 증가하고 반사회적 행동이 감소하는 감시시선 효과(watching-eye-effect) 등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보통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원활한 사회관계를 유지하려는 동기에 의해 조절되는 현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침팬지 등 고등 동물에서도 잘 관찰되지 않으며 오로지 인간만이 지니는 고차원적 인지 기능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 사람 혹은 지속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관련된 경우나 경찰 또는 공무원처럼 처벌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담당자가 보고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더 강한 반응이 나타난다. 관중 효과에는 사회적 동기와 보상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내측 전전두피질과 복측 선조체의 활성화가 관찰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카니쿼랄 박사팀이 수행한 가상 화상회의 패러다임을 이용한 연구에 의하면 실험 대상자들은 녹화된 화면 속 시험자가 실제로 자신을 보고 있고 자신의 말에 실시간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믿을 경우 기부행위 등 친사회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나타냈는데 이런 효과는 낮은 자존감과 내향성을 지니는 사회성 불안(social anxiety)이 큰 사람의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보다 보통 사람들이 남의 시선과 판단에 더 큰 의미를 두고 행동 변화를 보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구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사회적 행동의 억제 효과는 경찰과 감시카메라 외에도 행위를 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거울 혹은 화면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경우에도 나타나며 이는 자신에 대한 표상, 도덕관념 등이 중요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성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감정의 기복은 행동 억제 능력의 손상을 유발하지만 이때 누군가가 내 행동을 보고 있다고 믿으면 이러한 감정 기복에 의한 행동억제 손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서 유래한 ‘신독(愼獨)’은 아무도 없고 혼자 있을 때에도 자신의 뜻과 행동을 바르게 다스려 신중하게 삼가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남이 볼 때 나쁜 일을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자신의 뜻을 완성해 가는 철학적인 의미의 말이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방역 체계로 들어선 우리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당분간 스스로를 비추는 감시 카메라를 몸에 지닌 듯 ‘신독’했으면 한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추적-감시 기능이 국민 보건증진과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그리고 자기 검열 강화와 사회통제) 사이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조절돼야 하는지의 큰 담론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겠지만 간신히 개학한 아이들이 나머지 학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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