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수 김주온의 그립. 슬라이더처럼 잡지만, 구속이 빠르고 낙차가 크기에 파워커브로 분류된다.
SK 투수 김주온의 그립. 슬라이더처럼 잡지만, 구속이 빠르고 낙차가 크기에 파워커브로 분류된다.
“쫓겨나면 야구 그만둔다” 각오
한화와 홈경기서 1군 데뷔전
빠른 직구·파워커브 절묘조화
과감한 승부 펼치는 배짱 돋봬


이제부터 시작이다.

SK의 김주온(24)은 울산공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 전체 72순위로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에서 1군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고 2017시즌을 마친 뒤 12사단에 현역으로 입대했다. 1군 등판 기록이 없어 경찰청, 상무 입대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낭보가 전해졌다. 신병훈련을 받던 그를 SK가 ‘낙점’한 것. SK는 2017년 2차 드래프트에서 김주온을 선택했다. 그런데 김주온은 훈련병 신세로 이적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2차 드래프트 결과를 부모, 지인으로부터 편지를 통해 전해 들었다.

김주온은 철책 영상 감시병으로 복무했고, 군복을 벗은 뒤 SK에 합류했다. 김주온의 과거 이름은 김찬. 하지만 달릴 주(走), 따뜻할 온(溫)으로 개명하고 SK에 합류했다. 또다시 쫓겨나면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각오를 새 이름에 담았다. SK는 김주온이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를 던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구력이 들쭉날쭉해 SK는 1군이 아닌 2군용으로 활용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6일 한화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1군 호출을 받았다. 염경엽 SK 감독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쳐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김주온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면서 “무엇보다 실전경험이 부족하기에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출발은 좋다. 7일 한화와의 홈경기가 김주온의 1군 데뷔전. 김주온은 8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실점으로 신뢰를 보내준 염 감독에게 화답했다. 한화의 1∼6번 타선을 잠재웠다. 클린업 트리오인 제라드 호잉을 내야땅볼, 이성열을 삼진, 송광민을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10일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도 7회 등판, 0.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제구력이 안정을 찾으면서 빠른 직구와 파워커브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 때문일까, 과감한 승부를 펼치는 배짱도 돋보인다. 염 감독은 “김주온의 파워커브는 과거 한국야구의 에이스였던 정민태 한화 코치를 연상케 한다”면서 “1군 마운드에 처음 오른 투수답지 않게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지는 점도 마음에 쏙 든다”고 말했다.

커브는 빠르기와 낙차 등에 따라 파워커브, 내추럴커브, 슬로커브로 나뉜다. 파워커브는 구속이 빠르고 각도가 크다. 김주온은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던진다”고 말하지만, 최상덕 SK 투수코치는 “궤적이 파워커브”라고 설명했다. 그립은 슬라이더지만, 효과는 파워커브인 셈.

글러브를 놓을 뻔했기에 김주온은 하루하루가 새롭다. 게다가 1군 마운드를 지킨다. 날아갈 듯한 이 기분을 계속 누리고 싶다. 김주온은 “올해 아프지 않고 최대한 자주 등판하는 게 목표”라면서 “군대에서 (야구를 하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을 잊지 않고, 한가운데로 공을 던지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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