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주요 백악관 인사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주요 백악관 인사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美당국자 “합의 이행하라” 압박
對中 추가 관세 부과 등도 검토
中은 美 제품 구매치 달성 난망

나바로 “피해준 中, 손해배상을”
코로나갈등에 또 무역전쟁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 1월 어렵게 체결된 미·중 무역합의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중국이 합의에 명시된 미국산 제품구매 목표를 충족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1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에 날을 세우며 합의 이행을 압박했다. 미국은 미·중 무역합의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를 무효화하고 중국에 유리하게 재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면서 미·중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 수요 급감으로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미국산 제품 구매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1분기 미국의 대중 상품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올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도 600억 달러(약 73조4400억 원)로 전망되는데, 이는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이 구매해야 할 1866억 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미 정부로서는 결국 중국과 구매 목표치를 재협상하는 방안, 혹은 대중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합의를 철회하는 방안,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미국산 제품구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인정하는 방안 등 3가지 중 하나를 취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재협상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 재협상 재가동을 원한다는 질문을 받고 “전혀 (관심) 없다. 조금도 없다”고 잘라 말한 뒤 “그들이 서명한 합의를 지키는지 보자”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그들(중국)이 자신에게 나은 합의로 만들기 위해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중국은 수십 년간 미국을 이용해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미·중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내비친 만큼, 재협상보다는 기존 합의 준수를 이유로 중국을 더 압박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내부적으로 미·중 무역합의 파기와 함께 대중 추가 관세 부과와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 개선, 대중 자금 흐름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도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처벌’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조치와 관련해 “오늘날 북한이든 중국이든 기본적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나라에서 나쁜 일이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CNBC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청구서가 나와야 한다”면서 “중국이 미국에 수조 달러의 피해를 줬으며 미 국민은 이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류와는 달리 중국 내에서는 이번 기회에 중국에 불리한 1단계 무역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중국의 무역협상 조언자들이 미국의 대중국 공세 강화에 분개하면서 무역합의를 재협상하고 미국에 보복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전직 무역 관리는 신문에 “협상을 다시 하는 것이 중국에 유리하다”며 “미국은 휘청거리는 경제와 연말 대선으로 인해 무역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1단계 무역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지현 기자,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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