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명품 브랜드가 이전에 유행했던 로고나 제품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여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은 구찌 1955 홀스빗 광고.  구찌 제공
많은 명품 브랜드가 이전에 유행했던 로고나 제품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여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은 구찌 1955 홀스빗 광고. 구찌 제공

유명 디자이너 레어템 백
희소성이 주는 만족감
유행 타지 않는 빈티지도
나만의 개성 표현 수단으로

SNS 등 수시로 정보공유
판매자·구매자 직접 거래도


◇ 새로운 세대의 장인템

평소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즐기는 20대 대학생 A 씨는 최근 중고 마켓을 통해 셀린의 클래스프 미니백을 어렵게 구입했다. “피비 파일로의 구조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에 반했어요. 요즘엔 구하기 어려운 모델이라, 오랫동안 중고 마켓에 이 제품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어요.” A 씨처럼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몇몇 유명 디자이너의 레어템(드물고 희귀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댓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이 같은 희소성이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엄마 옷장에서나 봄 직한 빈티지백이 다시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30대 직장인 B 씨는 최근 구입한 디오르 새들백을 데일리 백으로 즐겨 착용한다. “어머니가 갖고 계신 것과 형태는 같지만 요즘 디자인은 소재나 컬러, 장식이 현대적이고 감각적이에요. 옛 감성과 트렌디한 멋까지 즐길 수 있는 독특함이 제 취향과 잘 맞았죠.” 2000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처음 등장한 새들백은 말 안장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백으로, 2019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출시돼 요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주춤했던 새들백이 다시 주목을 받자 중고 빈티지숍에서도 새들백은 구하기 어려운 모델이 됐다.

이처럼 20∼30대 밀레니얼 세대는 유명 브랜드의 레어템이나 빈티지를 즐기는 이유를 개성과 취향이라고 답한다.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재현하는 레트로가 주류문화로 자리 잡고, 과거를 재해석해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는 뉴트로에 이어, 새롭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빈트로(Vin-tro:빈티지와 레트로의 합성어)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 이노션 월드와이드에서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에서 빈트로는 복고 스타일에 새로운 콘셉트를 더해 취향이나 가치, 개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개인의 취향과 소장 욕구가 강해질수록 브랜드와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와 가치는 높아지면서 그들만의 ‘장인템’으로 각광받게 된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명선 대표는 이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로고나 패턴이 다시 인기를 얻고 예전 디자인이 재해석되는 이유에 대해 “명품 브랜드가 지닌 장인정신과 역사를 즐길 수 있고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피비 파일로 디자인의 올드 셀린 2017 컬렉션. 셀린 제공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피비 파일로 디자인의 올드 셀린 2017 컬렉션. 셀린 제공

◇ 개성과 취향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한 장인템은 부담스러운 가격과 소수 리미티드로 제작돼 밀레니얼 세대가 소유하기엔 현실적인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고 빈티지는 합리적인 가격에 전통과 고전의 멋을 지닌 명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올드 셀린의 피비 파일로 컬렉션은 요즘 다시 각광받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피비 파일로는 2000년 초 패션계를 이끈 유명 디자이너지만 지금은 쉬고 있는 탓에 그녀가 활동한 10년간 선보인 셀린의 컬렉션은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편안하고 몸을 조이지 않으면서도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스타일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여성상의 ‘젠틀 우먼’룩을 유행시켰고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아 더욱 인기다. 버버리를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탈바꿈시킨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디자인한 독특한 실루엣의 코트와 베이직한 트렌치코트도 갈수록 레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구찌 1955 홀스빗, 디오르의 레이디 디오르백과 새들백, 루이비통 모노그램 베니티, 펜디 바게트 등도 과거에 큰 인기를 누렸던 로고나 제품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여 장인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명품 패션 디자이너와 대중성이 강한 브랜드가 협업으로 소량 제작하는 슈즈나 백, 각종 라이프스타일 소품 한정판도 높은 소장가치를 인정받으며 밀레니엄과 Z세대(MZ세대)의 취향과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요즘 세대의 개성과 취향을 저격한 이 같은 ‘리바이벌 빈티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피비 파일로 올드 셀린 백.
피비 파일로 올드 셀린 백.

◇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쇼핑

중고 빈티지나 레어템을 검색하고 쇼핑하는 풍경도 남다르다. SNS나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를 통해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제품의 리스트를 확인한다. 온라인 중고 마켓과 유명 빈티지숍을 이용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거래를 하거나 인기가 많은 빈티지 제품의 경우 해외 유명 빈티지숍에서 검증된 제품을 직구로 획득할 수 있다. 제품 입고가 언제 될지 알 수 없고 수량도 자주 변경되므로 수시로 접속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으로만 제품 상태와 컬러를 확인하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가 표기해 놓은 미세한 오염이나 스크래치 같은 내용이 있는지 상품 설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반품이나 환불 규정, 해외 배송 시 인보이스 발행도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검증된 명품 빈티지를 판매하는 인지도 높은 해외 온라인 빈티지숍으로는 베스티에르 컬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더리얼리얼(Therealreal), WGACA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중고 명품으로 아워스, 한정판 스니커즈 쇼핑으로 크림(Kream) 등 전문 리셀 플랫폼들이 MZ세대를 겨냥해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활발히 운영 중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레어템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SNS 계정도 있다. 인스타그램 올드 셀린마켓은 피비 파일로 컬렉션을 개별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위탁 판매하고 있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과거엔 오래 두고 입거나 즐겨 착용하기 좋은 것을 장인템이라 여겼지만, 요즘엔 내 취향에 맞거나 고유의 스타일이 있는 흔치 않은 아이템을 장인템으로 여긴다”고 설명한다. 패션은 그 시대를 즐기고 이끌어가는 세대들에 의해 빠르게 진화하고 의미도 변화한다. 쇼핑 방법도, 아이템도 변화했듯 당신도 이러한 변화를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떤가.

김미경 스타일에디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