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국립극장서 공연

춘향이가 몽룡과의 혼인 증서를 박박 찢어버린다. 한 남자와 여자로 사랑을 하는데 이런 징표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립창극단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4일부터 열흘 간 선보이는 창극 ‘춘향(사진)’은 시대에 맞게 당찬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다. 춘향은 극 초반 방자를 시켜 만나자는 몽룡의 제안을 무람없다며 거절하는 여성이다.

몽룡 역시 신분 질서를 따르라는 가문의 압박을 고민하는 젊은이로 나온다. 주인공 캐릭터를 이처럼 변화시킨 것은 현대 관객이 200여 년 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려는 장치이다.

국립창극단은 1962년 창단극으로 ‘춘향’을 올린 이후 다양한 시도로 작품을 변주해왔다. 그런 시도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얻었으나, 전통 소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작품 극본도 맡은 김명곤 연출은 “요즘 세대가 공감하도록 캐릭터를 변화 시키되, 우리 소리의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창극 기본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창극단 최초 완판장막창극 ‘춘향전’(1998)과 영화 ‘춘향뎐’(2000)의 대본을 쓴 바 있다. 흥감이 넘치는 마당놀이 형식으로 극을 시작한 것과 관련, 김 연출은 “민중이 함께 꿈꾸며 기뻐하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저도 춘향 역을 해 봤지만, 이번 캐릭터가 통통 튀어서 참 좋더라”고 했다. 이번 작품 작창을 맡은 유 감독은 “단원들에게 판소리 모양을 드러내는 시김새의 숨소리까지 허투루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음악을 담당한 김성국 작곡가는 “전통 악기와 함께 현대 악기를 편성했는데, 북반주를 여러 악기로 확장한 것처럼 판소리를 뒷받침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또 춘향 역을 맡은 이소연은 자신이 연기해왔던 춘향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오디션을 통해 뽑혀서 처음으로 춘향 역을 하는 김우정은 “진심을 다해 연습한 무대여서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몽룡 역은 창극 스타인 김준수가 맡았으며, 역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유태평양이 방자 역을 통해 소리 공력과 함께 익살 연기를 선보인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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