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인지 과일인지 헷갈리는 토마토는 이름부터 문제였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작물이 16세기에 유럽에 전해지고 17세기에나 동양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고 생김새는 감과 비슷하니 그 이름은 서양의 홍시란 뜻의 ‘서홍시(西紅시)’로 지어졌고 중국에서는 지금도 이렇게 부른다. 고유어로는 ‘일년감’이나 ‘땅감’이라고 했으니 이 작물은 감과 비슷한 과일로 취급됐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이 과일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토마토(tomato)’의 일본식 발음 ‘도마도’가 더 많이 쓰이게 됐다. 그러다 ‘본토발음’을 따라 ‘토마토’로 복귀했다. 서홍시부터 토마토까지의 여정은 남을 따라가기 바빴는데,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의 토마토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영어 그대로 ‘체리 토마토’라고 하거나 작다는 의미로 ‘미니 토마토’라고 한다. 중국에서도 작다는 뜻으로 그저 ‘소서홍시(小西紅시)’라고 한다.
우리도 초기에는 ‘미니 토마토’라고 하다가 ‘아기 토마토’도 같이 썼다. 그런데 오도독 터트려 먹는 그 과일의 이름으로는 왠지 꺼려졌는지 곧이어 ‘방울토마토’가 등장한다. 크기도 모양도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귀엽기 그지없고 딸랑딸랑 예쁜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이름이다. ‘방토’라고 줄여도 방글방글한 그 느낌은 여전하다. 안 그랬으면 ‘체토’ ‘미토’ ‘아토’를 먹어야 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말의 주인들이 거둔 승리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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