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4연승에 주류 교체 완결
盧·文을 태종·세종으로 극찬
김정은 칭송위원회와 닮은꼴
신주류 조국·윤미향·최강욱
거짓, 뻔뻔함, 내로남불 무장
이념 편 가르기·포퓰리즘 득세
신변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이 다시 등장하자 친북 성향의 대학생 운동권 단체가 ‘김정은 칭송대회’ 성격의 행사를 다시 연다고 했다. 앞서 이들은 김정은의 답방을 기다리며 ‘백두칭송위원회’를 발족, 김정은의 후대 사랑, 민족애, 음악 정치, 대담함, 겸손함을 찬양하기도 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3대 세습의 독재체제인 북한의 현실을 눈으로 보고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까 하는 탄식이 나온다. 그런데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 입에서 조선 왕조(王朝)가 자주 거론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광재 당선인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 가진 유튜브 좌담에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태종 같다. 그동안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롭게 과제를 만드는 태종이었다면 이제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한 방송에서 “지난 3년이 파란만장해서 태종처럼 비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태종이라는 형상에만 문 대통령을 가둬둘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 3년간 태종의 모습이었다면 남은 2년은 세종의 모습으로 보이도록 보좌하겠다”고 했다. 강 대변인이 직접 나선 걸 보면 ‘문 대통령 = 세종’을 원했는데 태종이라고만 하니 아쉬움이 컸던 모양이다.
민주·진보 세력을 자임하는 인사들이 시계를 조선 시대로 돌리는 발언을 지켜보고 있자니 ‘백두칭송위원회’에 버금가는 ‘노무현·문재인칭송위원회’가 떠오른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후세의 몫인데 벌써 스스로 나서 태종이니 세종이니 하는 것부터 듣기 민망하다. 하기야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현 집권세력의 주류 인사들은 이런 ‘노·문(盧文) 왕조’ 얘기에 공감했을 것이다. 법과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보다는 인물을 추종하는 그들의 구시대적 정치·역사관이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친문들은 ‘이니(문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는 파시즘적 발상도 하고 있으니 태종·세종 비유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 주류(主流)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인영 전 원내대표는 총선 전 “(총선 승리로) 정권 교체를 넘어서 사회적 패권의 교체까지 완전히 이룩하자”고 했는데 말이 현실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근로자의 날 메시지에서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4차례에 걸친 선거 연승을 통해 입법·사법·행정·지방권력까지 모두 장악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주류로 우뚝 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각종 정책 전환과 개헌을 통해 법과 제도에서의 주류 교체만 남아 있다.
이 정치 신주류의 정체성은 걱정스럽다. 반일(反日)민족주의 운동과 검찰개혁의 핵심에 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조국 전 법무장관은 상징적 인물이다. 지난 30년간 한·일 관계는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정대협에 휘둘렸다고 할 정도로 윤 당선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그런데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속을 만큼 속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고 하면서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우상(偶像)’이 깨지고 말았다. 겉으로는 정의·공정을 외쳤지만, 할머니를 앞세워 정치적 영달을 누려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기부금 사용처 문제가 터지자 이들은 ‘독립운동하는데 군자금 따지는 격’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목적이 올바른데 과정이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조 전 장관 부부도 마찬가지다. 재판 과정에서 많은 증인의 증언으로 이들의 거짓 주장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지지자들은 귀를 막고 있다. 법원에 출석한 조 전 장관 차를 물티슈로 닦고, 그의 부인 정경심 씨 출소 때 구치소 앞에서 환호하는 이들을 보면 북쪽에서 김정은에게 환호하는 이들과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세상이 바뀐 걸 느끼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벌써 주류 교체가 실감이 난다. 주류는 권력이지만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지금 주류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폭정’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경계해야 할 5가지로 전체주의 확산, 포퓰리스트 득세, 이념적 편 가르기, 사실을 무시한 선전 선동, 정부의 공포 마케팅을 꼽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이 5가지가 모두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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