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3년만에 흑자전환

연료비 절감에 당기순익 536억
정부 신재생 등 비중 확대 기조
중장기적으로 비용증가 불보듯
결국엔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한국전력공사가 올 1분기 4306억 원의 영업이익, 53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분기 기준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저유가로 인한 연료비·구입비 절감 덕에 단기적으로는 적자 수렁에서 벗어났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가 저렴한 원전·석탄은 줄이면서 값비싼 LNG·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정책 기조를 고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으로 연결돼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을 거란 우려가 높다.

한전은 15일 오전 실적공시를 통해 올 1분기 매출 15조931억 원, 영업이익 4306억 원, 당기순이익 536억 원을 기록(모두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추정치(영업이익 4473억 원, 당기순이익 505억 원)와 비슷한 규모다. 이에 따라 한전은 2년간 이어지던 적자 늪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게 됐다. 한전의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2016년 3조6053억 원, 2017년 1조4632억 원, 2018년 -1276억 원, 2019년 -6299억 원으로 지난 4년간 급격히 쪼그라들었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조1628억 원에서 9000억 원, -2505억 원, -7612억 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이날 흑자 전환은 국제 유가 감소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비용 연료지만 유가와 연동돼 최근 가격이 떨어진 LNG 등이 한전의 부담을 일시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전 연료비 비중은 석탄 62%, LNG 24%, 원전 6% 등이다. 한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줄어든 전기 사용(교육용 -11.0%, 산업용 -2.3%)으로 전기판매 수익이 감소(-1331억 원)했고 전력공급·환경개선을 위한 필수비용(3825억 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국제 연료가 하락에 따른 연료비·구입비 절감(1조6005억 원) 폭이 커진 덕분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605억 원이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한숨을 돌렸지만 문제는 언제 고유가 시대가 도래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초안)’에서처럼 ‘탈(脫)원전·탈석탄, LNG·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전기료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적 개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올 상반기 내놓을 전기요금 개편안에서 당장 큰 폭으로 전기료를 올리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단가가 비싼 발전원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일 경우 결국 인상 요인이 늘어나게 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매년 3조 원 이상 (에너지) 전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 시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되고,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없이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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