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넘어짐, 괴로운 고통. 말 못할 외로움, 또 나름의 아쉬움. 소소한 삶의 행복, 어릴 적 꿈. 무거운 책임감, 그리고 두려움. 모두 내려놓은 채 내 앞에서 떠난 엄마. 날 존재하게 해준, 하지만 이젠 눈물이 된 그 이름. 보고 싶은 엄마. 따뜻했던 엄마의 품속과 두 손, 더 이상 느낄 수도 잡을 수도 없다.
내 삶에 깃든 엄마의 사랑, 하고 싶었던 말들 엄마가 떠나고서야 하게 되네. 뒤늦게 알게 된 엄마의 사랑은 넘쳤지. 난 뭐 해준 것 하나도 없는데 30대 초반이 된 난 아직도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다.
이십 년 가까이 살던 동네, 같이 걷던 거리, 같이 가던 집 앞 마트. 마트만 같이 가도 좋아했던 우리 엄마. 틈만 나면 추억들을 찾아가 보곤 해. 힘들어도 우리를 보면 힘이 난다던 엄마. 퇴근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봤던 엄마. 이런 사소한 일상을, 소중한 순간의 시간을 몰랐다. 하늘 같은 사랑을 난 알지 못했다. 온몸에 전이된 암세포들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계속 말라가는 모습에 거울을 보면서 힘들어했던 엄마. 그래도 이쁘다며 말해주고 싶었는데 표현이 서툴렀던 나. 그 모습으로 오빠랑 셋이 여행했던 어느 날 엄마의 얼굴과 몸은 아주 많이 변했다. 극심한 통증과 강한 마약성 진통제로 반복된 1년 6개월은 고통의 하루하루였다. 단 한 번도 나에게 기대지 않았던 엄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의 무릎에 기대었다.
그땐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엄마는 쇠약해져 있었다. 이미 장기들은 망가져 버렸고 눈동자의 초점도 흐려졌다. 의식이 거의 없어진 엄마. 11월 19일 엄마가 눈감던 날. 그때 엄마가 마지막에 눈을 감으려고 할 때 내가 울면서 엄마를 부르니 나의 목소리를 듣고 그 마지막 의식으로 눈을 다시 뜨려고 했었지. 엄마도 얼마나 힘들고 슬펐을까…. 혹시나 눈 뜨고 하늘나라 갈까 봐 나는 두 손으로 내 입을 막았어.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었어.
부르고 또 불러도 메아리뿐. 엄마는 내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야. 듣고 있지? 시간이 가도 정말 보고 싶은 맘뿐. 나의 전부였던 엄마. 나 때문에 많이 속상했던 거 알아. 알면서도 엄마를 대할 때마다 불평만 했고 막말을 던져서 엄마가 울기도 했지.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착하고 여렸던 그런 엄마 앞에서 난 항상 못된 딸이었어. 나 때문에 일찍 하늘나라 가버린 것 같은 죄책감. 엄마 미안해. 왜 일찍 알지 못했을까. 모든 게 변해도 이런 나를 한결같이 안아주는 사람은 엄마뿐이란 걸. 따뜻했던 엄마의 품, 잊지 않을게, 영원히. 내 삶에 깃든 엄마의 흔적들, 아직도 나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엄마.
딸 하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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