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상황을 가상한 합동 방어훈련에 대해 북한 측이 비난 보도를 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진상 규명에 나서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남측 최전방 감시초소(GP) ‘조준 사격’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긴커녕 북한을 감싸는 조짐까지 보이는 가운데 발생한 일이라 더 황당하다. 안보실 간부들은 최근 경위를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 관계 당국자들을 모조리 불러 모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안보실 인사가 ‘국방일보 보도’에 대해 화를 내는 등 사실상 질책 분위기였다고 한다.

공군 공중전투사령부와 해군 2함대는 지난 6일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합동방어훈련을 했다고 한다. 북한군의 화력 도발이나 기습 도발을 가정한 통상적 훈련이었고, 훈련 장소도 9·19 군사합의와는 무관한 군산 앞바다였다고 한다. 공군 주요 전력인 F-15K 항공기 20여 대와 해군 2함대 고속정이 참가했고, 국방일보는 7일자 7면에 ‘적 도발 원점 타격·작전 능력 확인’ 제목의 기사로 소개했다. 다음 날인 8일 북한군은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며 군사연습을 했다”고 반발하고, 노동신문에도 이를 보도했다. “모든 것이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 판문점·평양 정상회담 합의 무효화 가능성까지 협박했다. 국방부는 “9·19 합의를 준수한 상태에서의 연례적 훈련”이라고 대응했지만, 국가안보실은 북한 반발에 더 신경을 쓰면서 오히려 군 지휘부 책임을 물은 것이다.

북한을 감싸며 군을 질책하는 식의 국가안보실 행태는 ‘국가안보’를 저해한다. 강력한 방어 태세 과시는 그 자체로 평화를 지키는 전쟁 억지력이다. 김정은은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지시한 바도 있다. 9·19 합의 위반임에도 넘어갔다. 군에선 “통상적 훈련과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군이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 개탄이 나온다고 한다. 심각한 안보 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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