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년이 지났음에도 마차가 말을 끌어야 한다는 식의 비현실적인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 신자유주의를 공격하기 위해 동원했던 ‘무당 경제학(voodoo economics)’이 역방향에서 기승을 부리는 셈이다. 재야·시민단체 출신 정무직이나 특정 이념 지향의 학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경제 관료까지 그런 대열에 합류하면 한국경제는 더 빠른 속도로 거덜나게 된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14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잖아도 현 정부 들어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수석은 “국채 비율이 GDP 대비 국가채무이기 때문에, GDP가 무너지면 그 비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서 “채권을 발행해 GDP 성장률을 지탱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곳간에 작물을 쌓아두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 두는 것”이라던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작년 말 발언과 맥락이 똑같다.

이 수석은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가) 선순환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다. 이런 주장에 앞서 집권 전반기 상황부터 따져봐야 한다. 지난 3년 새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성장률은 끊임없이 추락했다. 경제위기도 아니고, 코로나 충격도 닥치기 전인 지난해조차 재정을 퍼부어 사상 최저인 2.0%에 턱걸이했다. 악순환이 뚜렷한데도 ‘선순환’ 조건을 달아 국채 발행을 합리화하는 것은 혹세무민에 가깝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까지 지낸 정통 관료의 주장으로 믿기 힘들다.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게 국민에 대한 책무다. 국정 경험이 없고 경제 역량은 더욱 부족한 ‘정치 실세’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책임이 무겁다. 다른 자리나 정계 진출 욕심을 앞세우면 본인도 국가 경제도 망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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