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철 국제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통상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바로 탈(脫)중국의 ‘리쇼어링(reshoring·생산시설 국내 이전)’ 가속화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에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생산시설 국외 이전)’이 대세였다. 생산기지를 해안선 너머의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자유무역 체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5년간의 확고했던 다자간 무역 협력체제가 붕괴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리쇼어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국으로의 복귀뿐만 아니라 동맹국 이전도 포함하는 의미로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중국의 성장에 위험을 느낀 일본과 유럽연합(EU)도 가세했다. 대체 지역으로 부상한 베트남, 멕시코를 비롯해 인도까지 편승하면서 탈중국 리쇼어링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쇼어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속화된 이유는 3가지다. 첫째는 ‘글로벌밸류체인(GVC)’의 붕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생산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국제분업 즉 효율성이 목적이었다. 값싼 노동력과 엄청난 내수시장의 중국은 대체 불가능한 ‘세계 공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의료 산업의 부재와 중국에 의존한 핵심 부품의 조달 공백에 따른 제조업의 위험에 대해 각성했다. 둘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해졌다. 산업 정책, 보조금, 관세 인상 등을 통해 국가 이익을 반영하는 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셋째는 중국의 패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국제 통상·외교 무대에서의 경쟁을 본격화했다. 특히, 중국은 민족자본을 앞세워 아시아를 비롯해 동유럽, 아프리카까지 세력을 팽창했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사태의 초기 대응 실패와 전체주의에 대한 실망으로 ‘반(反)차이나’ 정서가 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일본의 리쇼어링 정책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세액을 공제하고, 토지 무상 제공과 관세 혜택까지 부여하는 등 리쇼어링 기업에 특별대우를 했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3327개가 본국으로 회귀했다. 특히, 미국 수입품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2013년 67%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56%로 줄었다. 미국은 한 발 더 나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화웨이 등에 보안 유출 문제를 제기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가 지난주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첨단 칩 생산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일본도 토요타, 혼다 등의 자동차 공장을 비롯해 캐논 등의 전자기업 공장을 국내로 옮겼다. 하지만 한국의 리쇼어링 현실은 참담하다.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유턴법’을 제정했지만, 2014년 이후 리쇼어링한 기업은 68개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미국은 안 되면 되게 하지만 우리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노동·환경·수도권·대기업 배제 등의 4대 규제 철폐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는 한 리쇼어링 정책은 마음없는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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