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1일 열리는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의 갈등 확대라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8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포문을 연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관세 보복전 끝에 지난해 1월 무역 협상에 나선 양국은 5월 중국의 무역 합의 번복을 이유로 다시 극심한 충돌을 빚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를 이유로 시작된 관세 전쟁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 등 기술·산업 전쟁으로 확대됐다.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1월 양측은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뤄내며 갈등을 잠재우는 듯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시작돼 몇 개월 만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대됐다. 미국이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의 중국 기원과 확산 책임론을 제기하며 다시 중국에 싸움을 걸었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추가 반도체 제재에 나서면서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이후 주요 2개국(G2)이 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수용하지 않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 구축에 나섰다. 2015년 시 주석이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 무장에 나선 사건을 미·중 전쟁을 촉발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시 주석은 또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21세기 중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미국에 ‘도전장’을 분명하게 내밀었다. 천즈우(陳志武) 홍콩대 교수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중화민족 부흥과 이를 위한 정통 공산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과의 이데올로기 골이 깊게 파였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중궈멍(中國夢)’이라는 패권 경쟁 야심이 트럼프 대통령을 도발한 셈이다.

중국 공산당은 2020년을 전면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달성 원년으로 삼아왔다. 이를 위해 올해 5%대 중반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올 1분기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가져왔다. 시 주석은 목표 달성을 위해 고강도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오는 11월 대선 전략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 ‘소나기’를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미국의 공격에 즉각 ‘말의 전쟁’으로 맞서면서도 쉽사리 전면전을 펼치기 힘든 이유다.

문제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중 대결 태도를 고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미국인의 66%가 대중국 비호감 의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3월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잘 설명해준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제조업 탈(脫)중국 등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요구가 확산하고 있고, 중국 내에서도 강경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미국과의 정면 대결도 쉽지 않고, 물러서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이다. 미·중 ‘신냉전’ 상수 속에 시 주석이 어떤 리더십으로 돌파할지에 중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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