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종교인들만큼 존경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다. 대다수의 시민단체 활동가는 열악한 처우에도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혀주면서 소외된 이들을 보듬어준다. 옛날 독립군들은 굶어죽을 각오, 얼어죽을 각오, 맞아죽을 각오 이 세 가지를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적 의미에서 시민단체의 구성원들은 독립군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기부금과 정부보조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뉴스를 접한 국민은 아연실색한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이역만리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정부보조금을 타내고, 기부금을 받아서 극히 일부만 할머니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유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이 되게 하는 방해 활동까지 했다고 한다.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존재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위안부 문제를 이용하는, 본말이 전도된 행동을 해 온 셈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큰 만큼 이러한 정의연의 행위는 시민단체의 순수성을 짓밟는 것은 물론 국격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만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관계자들은 단순히 형사처벌뿐만이 아니라, 가슴 아픈 역사적 상처가 덧나게 한 점에 대해 국민 모두에게 깊이 사죄해야 한다.

먼저,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시민운동의 순수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치권에서는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원칙에 입각해 회계 감사를 해야 한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자칫 ‘친일파’로 몰릴까봐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이건 친일·반일(親日反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공익법인에서의 횡령 사건으로 다뤄야 한다’는 공분이 쌓여 있다. 법인의 자금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公器)이다. 따라서 어떤 연유에서 불법적으로 그 자금을 축냈다면 엄정한 회계 감사를 피할 수 없다.

둘째, 공익법인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익법인과 시민단체는 우월한 도덕성과 시민들의 신뢰에 단단히 터 잡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결코 구성원 개개인의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 일부 시민단체가 공익법인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치부를 하게 되면 다른 많은 정상적인 단체들의 모금과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국정의 경험이 전무한 특정 시민단체 출신들이 국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시민단체는 외부로부터의 유혹이 거세더라도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제자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셋째, 정부도 시민단체와 공익법인에 대한 감독을 더욱더 철저히 해야 한다. 공익법인인 시민단체는 영리법인에 비해 자금 모금과 납세,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받는다. 그런 만큼 정부는 그에 비례해서 투명한 자금 운영과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지속적·정기적으로 감독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공익법인과 시민단체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토대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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