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5개기업 올 1분기 집계결과
에쓰오일 192%로 41%P증가
아시아나항공 4893%P ‘급증’

“부채 늘면 자금조달도 어려워
환경 악화로 재무구조 악영향”


국내 상장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6곳은 올해 1분기에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과 내수 업종, 저유가 쇼크가 더해진 정유·화학 업종 등에서 특히 부채비율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부채비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도산 위험이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자금 조달 등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 595곳(금융업 등 제외) 중에서 361곳(60.7%)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1%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곳도 140곳에 달했다. 올해 1분기 595곳의 평균 부채비율은 119%로 지난해 말 114%에서 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비율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건전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 등의 업종에서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87%에서 올해 1분기 6280%로 무려 4893%포인트 치솟았다. 에어부산도 812%에서 2064%로, 대한항공은 871%에서 1223%로, 제주항공은 351%에서 483%로 높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받았던 CJ CGV도 지난해 말 653%에서 올해 1분기 845%로 크게 증가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지난 22일 기준) 중에서도 약 70%인 22개 상장사가 부채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0개 상장사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0%에서 올해 1분기 83%로 3%포인트 높아졌다. 시총 30개 상장사 중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1∼3위는 정유·화학 업종이 나란히 차지했다. 에쓰오일이 151%에서 192%로 41%포인트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117%에서 136%로, LG화학도 96%에서 113%로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발발된 국제 유가 급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채비율 악화로 인해 자금조달 등에서 기업이 2차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부채를 늘린 기업도 있는 등 세부 내용은 다를 수 있다”며 “당분간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계속 좋지 않은 상태라 재무구조가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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