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 정상수업이 지연되면서 9월 학기제 도입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왼쪽은 올해 고교 3학년 등교가 시작된 지난 20일 경남 창원용호고 학생들의 수업 장면. 오른쪽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학교에서 11학년(한국의 고2) 학생들이 수업받는 모습.
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 정상수업이 지연되면서 9월 학기제 도입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왼쪽은 올해 고교 3학년 등교가 시작된 지난 20일 경남 창원용호고 학생들의 수업 장면. 오른쪽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학교에서 11학년(한국의 고2) 학생들이 수업받는 모습.

■ 코로나 이후 뜨거운 감자된 ‘학기제’

교육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도움… 제도 변경에 갈등 필연적,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적 추진 필요
조기취학案·교육과정 단축案 등 거론돼… 본격적인 공론화로 혼란 최소화·합리적 방안 찾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교육계에도 평소 상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변화를 끌어냈다. 학생들이 한곳에 모이는 각급 학교는 문을 닫아야 했고 따라서 기존의 교육방식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대두하는 논란이 ‘9월 학기제’다. 이는 사실 선진국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국제표준, 즉 글로벌 스탠더드다. 주요 7개국(G7) 중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9월에 학교를 시작한다. 이는 한국 학생이 외국으로 유학 가는 걸 불편하게 하고 외국 학생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기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9월 학기제란 교육이론 이나 선악의 문제가 아닌 국제표준의 문제다. 그렇다고 백년지대계인 교육제도를 컴퓨터 ‘리셋’하듯 단박에 뒤엎을 수는 없다. 개혁과정에서 ‘변화와 존속 사이의 균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에 놓고 혼란을 최소화하며 효과를 최대화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학기제 도입의 지역적 배경

사실 우리 3월 학기제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것으로 이미 한 세기 넘는 전통을 지닌 제도다. 일본은 현재도 4월에 학기를 시작하는데, 해방 후 10여 년간 우리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1962년에 이르면서 이를 3월로 한 달 앞당긴 것은 혹서·혹한기 수업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교육체계에 일제 잔재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예산 집행이 하루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공무원 봉급을 부처별로 서로 다른 날짜에 지급한다. 교육부 및 교육 공무원들은 매월 17일에 봉급을 받는데, 일본도 교육계는 17일이 봉급 날이다.

우리와 달리 지구 북반부의 선진국은 대부분 9월 학기제다. 학년의 시작이 9월인 건 산업의 기본이 농업이고 아이들이 농사에 동원되던 시절, 농번기가 끝난 후 학교 개학이 가능했던 게 그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학기제 도입에 무슨 심대한 교육철학과 이론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다만 시대적 상황과 지역적 특성이 봄 학기제냐 가을 학기제냐를 가렸다. 오래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어려운데, 특히 온 국민이 관련되는 교육에서는 더욱 그렇다. 제도 변경에 따른 갈등이 필연이기에 장기적인 계획과 끈질긴 추진력이 필요하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교육수요자 중심의 학기제

우리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듯 갈아엎고 새롭게 시작하려 하니 교육제도 변경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기제 변경은 지난 20여 년간 정부가 수차례 검토한 바 있지만, 매번 얻은 결론은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9월 학기제 도입 논의는 철저하게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에 놓고 개혁과 존속 사이의 균형을 찾아내며 변화하는 것과 유지되는 것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9월 학기제가 이미 선진 주요국과 서구사회의 주류 제도가 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화와 초연결의 시대에 이는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게다가 최근의 코로나 사태로 대면 수업이 지연되면서 9월 학기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기왕 이렇게 개학이 석 달째 지연됐으니 이 기회에 아예 반년을 미루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현재보다 6개월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건 국제 추세로 볼 때, 또 일찍 성숙하는 아이들의 성장 측면에서 볼 때 적합하지 않다. 9월 학기제를 추진한다면 현재보다 6개월 일찍 취학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일본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서구와 같은 9월 학기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수차례 학기제도 변경을 검토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임기 중 4번이나 9월 학기제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일본 국민의 찬성 여론이 많아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되니 지켜볼 일이다. 만약 일본이 9월 학기제를 도입한다면 우리의 학기 변경 추동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취학 방안과 교육과정 단축안

우리가 9월 학기제를 추진할 경우, 어떤 방안이 있고 또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학기제 변화의 출발 시기를 3년 뒤라고 가정하자. 첫 번째 방안은 2023년 9월에 본래는 이듬해 3월에 취학해야 할 아동을 6개월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방법이다. 즉 3월에 통상대로 만 6세아 약 40만 명이 입학하고 또 9월에 만 5세아 40만 명을 추가로 입학시키는 것이다. 결국 일시적으로 초1 학생 수는 두 배가 될 것이다. 연쇄반응이 일어나 초·중·고 12년 과정 마지막 해인 2034년에는 고3 학생 수가 두 배가 된다. 2035년 3월에 3월 학기제 고교 졸업생이 배출되고 9월에 다시 한 번 졸업생이 나오면 9월 학기 도입으로 인한 ‘12년 과도기’는 끝난다. 여기에서 가장 큰 부담은 일시적 학생 수 증가로 인한 학교시설 및 교원 확충에 요구되는 재정이다. 증설된 시설과 인력이 과도기가 끝난 후 모두 과잉으로 남는 것도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대학도 한 번은 1년에 입시를 두 번 치러야 한다. 유아교육 기간이 6개월 단축되므로 유아 교육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두 번째 방안은 통상 12개월인 한 학년 교육과정을 일시적이고 전면적으로 6개월 단축하는 방안이다. 이는 재정·인력 부담 측면에서는 자유롭지만, 교육적으로는 대단히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23년도에 한정해 일시적으로 교육과정을 6개월로 단축해서 그해 9월에 모든 학생을 상급학년으로 진급시키면 학기가 한 번에 바뀌게 된다. 즉 3월에 입학한 초1 학생들이 9월에 2학년이 되고 다시 신입생을 받는 것이다. 이 경우 고3 학생은 6개월 수업으로 대학 입시를 치러야 하기에 재수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이 방안은 시설 증설과 교원 확충 부담이 없고 학기제 변경을 위한 과도기가 짧다는 게 장점이지만, 초·중·고 12년 교육과정을 일제히 압축시키는 일 자체가 상당한 사회적 합의와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세 번째는 절충 방안이다. 교육과정을 단박에 6개월로 단축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9∼11개월로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2023년부터 9월 학기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교육과정을 9개월로 단축할 경우 그해 3월에 입학한 초1은 모두 11월에 학년을 마치면서 2학년으로 진급하게 되고, 12월 1일 새로 신입생을 받는 것이다. 이런 9개월 교육과정을 2년 연속 시행하면 9월 학기제가 자리 잡게 된다. 앞의 두 번째 방안보다 과도기는 조금 길어지지만, 무리는 덜 하다.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을 10개월로 단축하면 3년 연속 시행이 필요하고 11개월로 줄이면 6년의 과도기가 필요하다. 어떤 방안을 택하든 그에 따르는 과도기적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다.

◇활발한 공론 시작돼야

우리는 9월 학기제로의 변경이 중요하지만 급한 일은 아니라며 미뤄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통해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다루는 조직과 개인이 더 크게 발전한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우리 미래세대가 국제표준에 맞춰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제 9월 학기제 도입 논의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공론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전 교과부 장관


■ 세줄 요약

국제사회의 학기제 도입 배경 : 한국의 3월 학기제는 일제 유산. 선진국은 대부분 9월 학기제. 이는 철학의 문제라기보다는 과거 농번기를 피하려 했던 지역적·문화적 특성이 작용된 것임. 9월 학기제는 이미 선진사회의 주류이자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음.

교육수요자 중심의 학기제 : 교육제도 개혁을 컴퓨터 ‘리셋’하듯 할 수는 없음. 학기제 개혁 논의는 국제표준에 맞추되, 그 과정은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에 놓고, ‘개혁과 존속 사이의 균형’을 찾아내며 ‘변화와 유지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함.

조기취학과 교육과정 단축 : 조기취학 방안은 충격이 크지 않은 점진적 방안이지만 예산과 인력 부담이 크고 12년의 긴 과도기가 필요. 교육과정 단축 방안은 치밀한 설계와 사회적 동의를 필요로 함.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학기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가 시작돼야 함.

■ 용어 설명

‘교육이론’에는 자유주의, 실험주의, 인격주의, 비판주의, 문화주의, 진보주의, 본질주의, 항존주의, 재건주의 등이 있음. 다만 학기제는 지역적·문화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특별한 이론적 배경이 없음.

‘학기제’란 1년 기간의 학년을 나눈 일정 기간을 말함. 일제강점기 일본식 학기제를 따랐던 한국은 정부 수립 이후 1961년 교육법 개정에 따라 학년 초를 4월에서 3월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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