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자(1948∼2005)

“손녀딸 이야기 다 듣고 계시죠?”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해가 바뀌는 제야의 종소리가 들리면, 당신을 마지막으로 뵀던 5월이 찾아오면 손녀딸인 저 자신이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또 어떤 고민을 마주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하늘을 보며 외할머니께 전하게 됩니다. 그러면 마치 바로 옆에서 듣고 계신 듯 외할머니의 다정스러운 공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동생이 태어난 후에도 외할머니께서는 당신의 첫 손주인, 엄마를 꼭 빼닮은 저를 유독 예뻐하셨죠. 집에 들어오시며 “우리 정연이 주려고 뻥튀기 사 왔다”고 크게 말씀하시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사랑을 듬뿍 주셨기에 아무것도 모를 열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외할머니와의 이별이 참 서럽고 아프게 다가왔나 봅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1년 전, 어버이날을 맞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할머니를 포함해 온 가족이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갔죠. 바다색이 너무 예쁘다며 애월바다를 가장 좋아하셨던 외할머니, 매일 보고 싶다고도 하셨던 외할머니. “외할머니, 제가 어른이 되면 여기에 집 지어드릴게요!”라고 하니 “그래~ 정연이랑 할머니랑 둘이 요 앞에서 같이 살자”고 대답하셨는데, 외할머니께선 빨리 애월바다를 매일 보고 싶으셨는지 그 제주 하늘 위로 올라가신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여행가기가 어려워 지난해부터 계획했던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습니다. 유독 이번 제주 여행 취소가 아쉬운 것은 단순히 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아쉬움뿐만 아니라, 외할머니와의 좋은 기억이 가득한 제주 여행을 다시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그 서글픔 때문인 것 같아요. 아마 저는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애월바다 하늘을 바라보며 외할머니께 전할 말이 많았나 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벚꽃을 보지 않아도, 새해나 5월이 아니어도 일상 속에서 외할머니를 부를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떠난 5월이 찾아왔습니다. 외할머니가 더욱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집니다.

외손녀 김정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