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첫째는, 문화재가 개인 소유일 경우에 공적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둘째는, 문화 가업(家業)의 상속세 문제를 이대로 둘 것인가이다.
간송미술관은 보물인 금동불상 2점을 경매시장에 내놓은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문화재도 사유재산이라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간송 측에서 저렇게 말한 것은 문화재의 시장 거래에 대한 우려 시선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경매에서 개인이 낙찰받으면 그가 은밀히 보관함으로써 공공 관람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최악의 경우, 보관자의 개인 사정에 따라 보물이 해외로 불법 밀반출되는 사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국가지정문화재가 경매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겸재 정선의 그림이 있는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을 삼성문화재단이 34억 원에 샀다. 이후 문화재 매매는 활발해져 2014년부터 5년간 19건이 경매시장을 거쳤다. 이 중 12건을 박물관 및 문화재단, 사찰 등에서 매입해 공적 관리 영역에 둘 수 있었다.
이번에도 정부가 사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예산 한계가 있다면서도 검토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문화재 경매가 더 늘어날 텐데, 그때마다 정부가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 매매를 보장하면서 공적 관리를 강화할 방안은 없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재보호법 개정 논의도 해볼 수 있다. 물론 헌법 가치인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이번 일은 문화 가업의 상속세 문제를 새삼 부각시켰다. 간송미술관을 운영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국내 대표적 문화 가업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문화재 관리를 위해 세운 보화각이 그 바탕이다. 가업을 이은 2대 장남(전성우 전 재단이사장)이 타계하면서 3대 차남(전영우 현 이사장)과 장손(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의 상속세 부담이 컸다고 한다. 이는 누적된 재정난과 함께 재단을 짓눌렀다.
간송미술관은 197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두 차례 열었던 전시회를 모두 무료로 진행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 대형 외부 전시회도 1만 원 이하의 관람료만 받았다. 사립이지만, 문화 가업으로서 공공성을 고려한 운영을 해 온 셈이다. 그런데 상속세만큼은 철저히 사기업으로 취급받은 것이다.
이번 일은 공공성 유지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 미술관의 역습으로 볼 수 있다. 국가 기관과 상의 없이 보물을 경매에 내놓음으로써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우리 사회에 숙제를 던졌다. 그동안 ‘고고한’ 운영으로 재정난을 자초한 사립재단 문제일 뿐이라며 간과해선 안 된다.
이참에 문화 가업의 상속세율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깊이 검토해야 한다. 과세 형평성 때문에 이대로 유지한다면, 프랑스 등에서처럼 상속세의 물납은 가능한지 관련 부처들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새삼 깨닫는 것은,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호하는 일에 사재를 들이고 평생을 헌신한 간송 선생의 위대함이다. 뒷사람들이 오늘의 현실에서 그 정신의 터럭이라도 붙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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