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7.1293위안 고시
환율은 12년여만에 가장 높아
美·中 갈등격화… 불안 반영
美, 강력한 조치로 맞대응할듯


미·중 패권 경쟁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이 26일 위안화 가치를 또다시 낮췄다. 이틀 연속 위안화 절하를 단행한 것으로, 위안화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위안화 약세가 대규모 대중 무역적자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는 미국이 ‘환율 조작국’ 재지정 등의 강력한 대응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7일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고시 환율은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7.1286위안보다 높았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7.1506위안까지 올라 지난해 9월 고점인 7.1652위안에 바짝 다가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중 갈등 수위가 급속히 고조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까지 들고나오면서 위안화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외교·통상·금융·첨단기술 등 다방면 압박에 맞서 위안화 카드를 맞대응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최근 위안화 급등은 기본적으로 미·중 갈등 격화에 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악화에 시달리는 신흥국 통화가치의 연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중 ‘신(新) 환율전쟁’의 불길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옮아붙을 수 있다. 특히 위안화 평가절하는 어려움에 빠진 중국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효과가 일부 있지만,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자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등의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단순히 중국에 득이 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 7.2위안 선도 조만간 뚫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데 당분간 위안화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강력 대응하면서 환율 이슈를 무역전쟁의 최전선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거론하며 “중국은 미국 농민 지원자금을 받아 그들의 환율을 (조작해) 평가절하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미국이 지난해 8월 전격적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도 당시 위안화가 급등하며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에 7위안 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월에 미·중 간에 1단계 무역합의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6위안대로 진입하자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해제했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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