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농촌에서는 턱없이 일손이 부족한 시기다. ‘품삯을 올려도 인력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농업인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부족한 영농인력을 외국인 근로자가 메워온 예년과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연기되면서 영농인력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매년 농번기마다 되풀이되는 영농인력 부족 문제를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도시민의 영농 참여 확대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또한, 스마트 농업 확산으로 농업·농촌에 청년 등을 유입시켜 인력 부족 해소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농협은 지난 11일 ‘함께’라는 포용과 상생의 가치를 담은 ‘범농협 비전 2025’를 선포했다. 모든 일은 ‘함께’할 때 가능성이 더 크고 계속 발전할 수 있다. 농협은 지역과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농업인의 영농 지원 확대를 추진해 오고 있다. 또, 농협형 ‘스마트 농업’ 모델 구축 및 지원으로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농협은 농업인의 원활한 영농활동을 위해 힘써 왔다. 2013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농촌인력중개센터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지자체 등과 협력해 농가에 숙련된 영농인력(영농작업반)을 제공하는 유상중개사업과 자원봉사와 사회봉사명령대상자 등을 통한 무상중개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도시 유휴 인력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상중개는 농업·농촌의 일자리 창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약 72만 명이 유상중개됐고, 올해는 77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도시민과 인력 부족이 심한 농촌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농협과 정부·지자체 등이 유상중개 확대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협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농가와 소농가에 대해 농촌일손돕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약 6만 명의 농협 임직원이 일손돕기에 참여했고, 올해는 8만 명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과 협력하고 있는 1사1촌 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의 임직원 자원봉사 인원도 약 2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자발적인 농촌일손돕기가 일반 국민, 특히 젊은이들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농협은 농업·농촌을 청년 등에게 기회와 도전의 장으로 제공할 것이다. 영농인력 부족 문제를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을 둔 스마트 농업으로 해결하려 한다. 스마트 농업 전문 인력을 양성할 교육 담당 조직을 설치하는 등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적극 추진 중이다. 드론으로 방제하고 스마트 영농기계가 파종·관리·수확 등을 하는 실용 기술의 보급은 농업 노동력 절감과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농업의 첨단화를 이끄는 디지털 농업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청년 등에게 농업을 매력적인 산업으로 인식시킬 것이다.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농업인의 삶의 질 제고와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것이 농협의 사명이다. 이는 시대가 요구하는 소중한 사회적 가치인 ‘함께’를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농협 회장으로서 농협 및 사회 구성원들에게 ‘함께’하는 공유 가치를 뿌리내리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본다. 도시 유휴인력을 영농인력으로 제공해 도·농 동반성장을 꾀하고, 혁신성장 기술을 농업·농촌에 보급해 청년 등을 농촌으로 오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농업과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데 국민의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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