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는 ‘속도조절’ 주문하는데
韓, 5·24조치 폐기 추진하고
대북 접촉 절차 간소화까지
美와 비핵화 공조 흔들 우려
정부가 27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엔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UNESCAP)의 지속가능발전 역량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 490만 달러(약 60억 원)를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최근 정부가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과 추가 도발 가능성 국면에서도 밀어붙이기식 대북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통일부는 북한에 대한 지속가능발전 역량지원사업을 위해 6년간 남북협력기금 49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며, 올해는 UNESCAP를 통해 72만 달러에 대해 우선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UNESCAP는 빈곤 종식 및 환경 오염 등 보편적인 세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이번 대북 사업은 간부들에 대한 회계 교육 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UNESCAP를 통해 지원하는 사업은 회계 사무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통일부가 평소 강조하던 인도주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고 시급성 또한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대북 지원에 대해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이란 명목하에 세계보건기구(WHO)의 북한 모자(母子)보건분야 의료지원사업과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영양지원 사업에 각각 500만 달러와 450만 달러를 지출했다.
최근 통일부는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으며 북한 주민들의 접촉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추진에 나서는 등 독자적 대북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노딜 이후 남북관계를 단절 수준으로 끌고 갔으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폐쇄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기존의 핵전쟁 억지력을 강화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도발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는 북한이 정부의 협력 정책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북 정책이 한·미 공조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최근 정부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고 대북 협력만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입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의 총선 승리 이후 비핵화와 대북정책에 대한 정부의 균형 감각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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