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한명숙) “우리 참모들 중 누구라도 필요하면 불러다 쓰세요. 내가 결심해야 할 일 있으면 알려주세요”(노무현)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습니다”(한) “지금은 스트레이트보다 외유내강 인물이 필요해요.”(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펴낸 ‘바보 산을 옮기다’에 보면 연말 대선을 앞둔 2007년 초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나눈 대화를 소개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차기 후보로 한 전 총리를 강하게 밀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해찬 전 총리도 출마를 준비 중이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이 총리는 해박하긴 하지만 말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당시 친노 진영에선 한 전 총리와 이 전 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당내 경선에 나섰으나 한 전 총리와 유 이사장이 중도 사퇴하고 이 전 총리를 밀었다.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워낙 떨어졌던 탓에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비노의 정동영 의원이 선출됐다.
당시 한 전 총리가 출마를 다소 머뭇거린 것은 자신의 이념 문제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였다고 한다. 남편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가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소위 통혁당 간첩 사건으로 고 신영복 교수와 함께 구속돼 13년 동안이나 옥바라지를 해야 했다. 자신도 1979년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 6개월 투옥된 적이 있다. 여성운동과 친노의 대모(代母)였던 탓에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가 되는 데 한 전 총리의 역할이 컸다. 문 대통령 자신도 ‘한빠’를 자처한 바 있다.
친노와 친문을 잇는 가교역할을 한 한 전 총리가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사장으로부터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2년이 확정돼 옥살이하고 출소한 후에도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을 비롯한 친문 진영의 ‘마음의 빚’은 특별하다. 그렇다고 이미 확정판결까지 났고 재판 때 제출돼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난 ‘한만호 비망록’을 친여 매체를 이용해 다시 흔들며 재심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총선 압승 이후 돌연 한 전 총리의 결백을 싸고도는 것은 친문 진영의 ‘조폭식 의리’ 때문이다. ‘우리 편’은 무슨 죄를 지어도 무죄이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논리가 상식을 압도하고 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