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7일 출범시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보수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상당한 충격과 혼란을 예고한다. 6월 1일 공식 취임할 김 위원장은 이미 기존 보수 정치와의 결별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국조직위원장 회의 특강을 통해 “일반적 변화(變化)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면서 “경제민주화보다 더 새로운 것을 내놔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날 발표된 비대위원 면면도 중진·남성·현역 중심의 기존 정치 문법에서 탈피한 파격이었다. 김 위원장 등 당연직 3명을 제외한 6명 가운데 30대가 3명, 여성이 2명, 낙선·불출마자가 4명이다.

이번 총선 결과만 보더라도 ‘엄청난 변화’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당헌·당규를 과감히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당의 실질적 중심도 신진 세력 쪽으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면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수십 개의 보수 성향 단체가 긴급 공동성명서(문화일보 26일 자 31면)를 통해 5·18 행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부정 투·개표 의혹 외면 등을 비난하면서 ‘배신’ 표현까지 동원했다. 보수 정당을 강력히 지지했던 국민 중에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강력한 ‘반(反)문재인 정권’ 투쟁을 주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통합당과 지지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 공감(共感)을 넓혀나가는 ‘김종인 노선’을 택할 것인가, 강경한 지지층을 토대로 강력한 반정권 투쟁을 하는 ‘긴급성명서 노선’을 택할 것인가. 다양한 입장이 있겠지만, 냉철하게 생각하면 선택은 자명하다. 분노를 삼키면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당의 존립 목적은 정치 운동이 아니라 정권의 획득이기 때문이다. 마침 문 정권은 야당에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진보 성향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도 27일 “시민사회를 대변하던 진보가 기득권으로 옮겨갔다”고 했다.

조국·윤미향 사태만으로도 여당은 공정의 대변자에서 탈락했다. 야당이 공정,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 경쟁에 뒤진 계층에 대한 따뜻한 배려 등을 내걸면 금방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시장 개혁도 마찬가지다. 영국 보수당, 미국 공화당이 앞장섰던 일이다. 어떤 도전도 회피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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