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3일 확정한 35조3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나랏돈을 이렇게 막 써도 되나’ 하는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긴급 재정 수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효성을 극대화하지 못한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헛돈’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세 번째인 이번 추경은 규모, 적자국채 발행(23조8000억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3.5%) 등 가위 모든 분야에서 최악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1차 추경 11조7000억 원과 2차 12조2000억 원을 포함하면 올 상반기에만 그 규모가 총 59조2000억 원으로, 60조(兆) 원에 육박한다. 재정 당국은 ‘올해 마지막 추경’이라는 각오를 밝혔지만, 하반기 경기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예단하기 힘들다.

이번 추경은 두 측면에서 심각하다. 우선, 재정 건전성을 너무 소홀히 생각한다. 문 대통령부터 ‘재정 선순환론’을 내세운다. 나랏돈을 풀어 경기가 회복되면 세금이 더 걷히고 재정이 튼튼해진다는 논리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서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나라별 사정이 다르고, 무엇보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국가 신인도 하락을 우려할 지경이다.

다음은 추경의 내용이다. 선순환이 가능하려면 재정이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복지 정책에 가깝다고 해야 할 정도다. ‘고용유지와 사회안전망 확충’ 명목의 현금 뿌리기가 주종이기 때문이다. 투자 활성화 예산은 유턴기업 전용 보조금, 해외 첨단기업 및 연구개발(R&D) 센터 유치 지원, R&D 부처 지정 혁신 제품 구매 지원 등 430억 원에 불과하다. 산업정책 역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의 구호 아래 5G 분야 투자 및 태양광 등 기존 정책의 확대에 치중했다.

여기에다 여당은 노동·규제 개혁은 물론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회가 열리자마자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에 나섰고, 공정거래법, 유통산업발전법, 상권상생법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업 ‘리쇼어링’ 아닌 ‘오프쇼어링’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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