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1968∼2020)

제 여동생 정현숙은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장기기증을 통해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세상에 남기고 떠났습니다. 바로 뇌사 장기기증을 한 것이지요.

3월 12일 동생은 뇌출혈로 갑작스레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생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던 동생의 뜻을 존중해 가족들은 장기기증에 동의했습니다. 5일 뒤인 17일 동생은 간, 신장, 각막 등의 장기를 기증해 5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생은 생명 나눔과 깊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저는 2007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강원 영동지부 본부장을 지냈습니다. 제가 펼치는 생명 나눔 운동에 큰 영향을 받은 동생은 강원 영동지부에 자원해 간사로 일하며 장기기증 홍보활동을 펼쳤습니다. 당시 동생은 강릉, 동해, 삼척, 고성, 양양까지 영동 지역의 많은 교회를 다니며 직접 장기기증 서약을 독려하고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당시 생명 나눔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동생은 매제, 조카들과 함께 사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참여하며 솔선수범하기도 했습니다. 동생은 생전에 매제와도 장기기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끝내 이식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환자들의 사연을 보며 많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생명 나눔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와 노인대학을 통한 자원봉사 등으로 주변 이웃들에게 희망과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었지요. 그리고 3월 17일, 동생은 생전의 약속을 지키며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고했습니다.

동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은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 나눔을 통해 사랑을 나눈 행동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동생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생명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습니다. 이렇게 동생이 생명을 나눌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동의해 준 매제와 조카들에게도 고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서울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당신의 사랑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라는 근조기를 세워 조문객들과 함께 고인의 생명 나눔의 뜻을 기려 주었습니다. 또 19일 오전 8시에 진행된 고인의 발인예배에서는 박진탁 본부 이사장이 직접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대상으로 추모사를 전하며 고인의 숭고한 나눔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박 이사장은 “전 국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어려움에 처한 이 시국에 숭고한 결정을 내려준 유가족들에게 감사하다”며 “본부와 생명나눔운동을 함께 이끌었고, 마지막까지 그 약속을 지킨 고인의 사랑과 희망을 잊지 않겠다. 아름다운 기적의 소식을 들려준 기증인의 사랑이 온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라는 추모사를 전했습니다.

정길영 전북 김제 복지교회 목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