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특별전에 전시 중인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 ‘무제’ 198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대전시립미술관 특별전에 전시 중인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 ‘무제’ 198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사회의 리더로 활약할 X세대
코로나로 국제성 재인식 기로

AI가 그리는 렘브란트風 미술
디지털·非디지털 데이터 활용

외국의 현대미술작품들 통해
도전·위기 극복 정신 키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문화외교의 지평을 바꿨다. 우리는 ‘국제성(internationality)’의 재인식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이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통찰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국제성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영어와 중국어의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슬기로운 AI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문화외교는 국가와 국가를 문화로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외국에 소개하고, 또 우리가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상호주의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인류의 평화로운 국제 관계를 도모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문화외교의 ‘현재성(nowness)’은 지금 여기에서 국가와 국가, 시민과 시민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를 진단하는 키워드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은 3가지 측면에서 한국인의 국제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는 미국에 대한 재인식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과 파급력을 SNS로 실시간 공유하면서 미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사라졌다. 둘째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이 겪는 코로나19는 한국이 20세기 이후 가지고 있었던 ‘서양=선진 문화’라는 인식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나라라는 인식으로 바꿔 놨다. 셋째는 감염병이 초래한 인류사회의 공통된 반응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 즉 호모사피엔스임을 재인식하게 했다. 감염병은 국경도 없이 전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로, 함께 대응해야 하는 인류의 한 사람, 세계 시민으로서 자신을 인지하게 했다.

국제성의 인식 변화와 우리나라 X세대와 연결해서 살펴본다. 한국은 1970년대 이후에 출생한 X세대가 사회 리더로 활약하는 시기가 임박했다. X세대는 1960년대생 386세대와는 다른 감성을 가졌다.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신세대로, 문화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1992년 1집 앨범 ‘난 알아요’의 분위기로 대표된다. 세계화가 낳은 X세대는 민족적 특수성보다 세계적 보편성에 익숙하며 감각으로 느끼는 세대다. ‘X세대’라는 용어는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소설 제목으로, 서구에서 1960∼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와 같은 성향이다.

한국의 X세대가 느끼는 국제성에 주목해 본다. 10대 때 1988년 서울올림픽에 냉전의 벽을 허물고 이념의 차이를 넘어 다양한 국가가 참여한 것을 봤다. 20대였던 1990년대 해외여행이 자율화되고, 세계화·국제화로 명명되는 글로벌리즘이 풍미했다. 30대였던 2000년대 인터넷 시대로 개인의 컴퓨터로도 전 세계의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40대인 2010년대 스마트폰과 SNS로 소통하고, 50대가 되는 2020년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와 공진화를 도모하면서 사회를 이끌어야 할 세대다.

문화외교의 관점에서 X세대의 부모 세대가 생각하는 국제성은 1970년대 국가 주도로 전 세계에 한국 문화재를 순회 전시하는 방식, 즉 ‘한국미술 5천년전’으로 상징된다. “전시 목적은 민족의 정통성을 한눈으로 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한국은 지금 문화적인 전통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발전시켜, 동양문화 내지는 세계문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대한뉴스의 해설이 1970년대 국제성의 이해를 함축한다.

X세대에게, 세계가 연결된다는 문화외교의 국제성은 부모 세대와는 확연하게 달리 당연한 개인의 일상이었다. 10대였던 1988년 서울올림픽은 국제성의 분기점이 됐다. 전 세계인이 한국에 모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20대가 된 1990년대는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풍미한 시기다. 해외여행 자율화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국제화는 1993년부터 등장해 1994년 정점을 이루는 사회적 키워드가 됐다. 국제화는 ‘밖으로 눈을 돌리는 개혁’을 정책 방향으로 내세웠고, 국제화에 방해가 되는 것을 없애는 ‘신사고(新思考)’를 천명했다. 국제화를 키워드로 다루면서 국경이 없어지고 초일류만 살아남는다는 강한 사회적 기조가 형성됐다. 2000년대는 인터넷이 보급되고, 개인이 스마트폰과 SNS로 전 세계와 소통하게 됐다.

2020년대에 사회 리더로 활약할 X세대는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처음으로 국경이 봉쇄되는 경험을 하면서, 국제성을 재인식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동시에 AI라는 놀라운 과학기술의 진보를 일상화하는 시점에 와 있다. X세대는 AI가 디지털 데이터를 학습해서 나온 결과와 비디지털화한 자료를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리더로서의 통찰력이 생긴다.

문화계는 예술로 디지털과 비디지털의 두 가지 데이터를 복합해 국제성의 인식을 심화시키고, 국가 간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문화외교의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화한 미술과 비데이터의 미술 작품을 동시에 보면서 국제성을 복합적으로 살피도록 한다. 온라인과 오픈 소스로 공유되는 미술 데이터는 지식재산권의 허가로부터 자유로운 고대와 인상주의 같은 근대의 작품이 주류다. AI가 그리는 미술이 렘브란트풍인 것도 저작권 허가로부터 자유로운 데이터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외국의 현대미술품을 소개한다. 온라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작품을 직접 보면서 작가들의 생각 깊이와 실험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이든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극복 정신을 보여준다. 실험을 넘어서서 극복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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