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제20대 국회 마지막 날 전통무예진흥법이 개정됐다. 2008년에 제정되고 이번에 개정된 전통무예진흥법에, 정부와 지자체가 전통무예 단체의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본격적인 전통무예 진흥이 이뤄지게 됐다.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전통문화인 활쏘기를 비롯한 무예 단체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일본의 헌법 제9조는 전쟁 포기를 선언한 내용으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영구히 포기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그래서 ‘평화헌법’으로 불리지만, 일본의 집권자들은 여전히 무력을 증강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면서 무도(武道)와 무도정신을 스포츠란 이름으로 치장해 상무(尙武)정신을 고취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일본은 중학교에서 무도를 필수교과목으로 지정, 교육하고 학교 무도교육에 1000억 원이 넘는 국고를 지원했다. 중국도 전통무술 교육을 초·중·고 인성교육 사업의 하나로 강화하고, 국가체육총국과 교육부에서는 중국 무술(武術)을 널리 보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2010년부터 중국 교육부는 초·중등학교에서 전통무술을 선택과목으로 지정, 2012년부터 ‘전통체육’ 과목을 ‘무술 및 전통체육’으로 바꿔 무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이렇게 하는 것은, 상무정신의 표상이며 유비무환의 정신으로서 국가안보의 한 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전통무예는 국가의 도움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자생적으로 성장했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인 한류가 되기 훨씬 전에, 태권도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 최초의 ‘K-문화’였다. 2018년 씨름을 남북한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공동으로 등재했고, 이번에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되면서 전통무예의 가치는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 문화재청과 관계 기관은 활쏘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협조하고,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예(武藝)를 진흥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무예진흥원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 다양한 무예 단체가 활동하고 전통무예 진흥 업무를 수행하며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국가기관이 꼭 필요하다. 문화부 소속 기관인 국립국악원에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이 있고, 관련 기관으로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이 있듯이, 새로 설립될 국립무예진흥원에는 다양한 무예를 아우르는 무예청들과 국립전통무예단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조선 시대의 군사시설들을 전통문화와 상무정신 함양의 수단으로 소환해 새로운 전통무예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는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군 주둔기지 이래로,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보급기지로, 광복 이후엔 미군 주둔지로 우리의 상무정신을 억압하던 곳이다. 일제는 조선 말기에 설립된 광화문 종합청사 부근의 삼군부 건물인 총무당(總武堂)을 해체해 한성대 부근으로 이전시켰는데, 이곳은 찾는 사람 없는 유적지로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지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전국에는 아직도 상무정신을 기리는 공간과 건물들이 있다. 활터를 비롯한 전통무예 도장을 전통무예 진흥 교육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통무예에 대한 국가 지원이 상무정신 함양의 바탕이 돼 전통문화의 보전은 물론 국가 안위와 국민 개개인의 건강·안전을 지킬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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