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업가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제학(57) 전 양천구청장에게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구청장에게 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구청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아내인 김수영 현 양천구청장이 당선된 뒤 지역 사업가였던 A 씨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구청장은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뇌물이 아닌 ‘단순 축하금’이었으며 돈을 받을 당시 대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 전 구청장이 돈을 받은 것은 인정되나, A 씨가 자신의 사업과 관련 있는 현안을 청탁하기보다 이 전 구청장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기 사업에 손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사를 갖고 준 돈이라고 판단했다. 선거 기간 동안 A 씨가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하고 두 사람이 다퉜던 정황으로 볼 때 구체적인 청탁을 위한 뇌물이 아니라 관계 회복을 위해 건넨 돈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돈을 줄 당시 A 씨와 이 전 구청장이 나눈 대화에서도 청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구청장과 아내 김 구청장은 586세대 내에서 상징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 부부로 불린다. 이들은 대학생이었던 1986년 당시 각각 서강대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이후 이 전 구청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양천구청장에 당선됐으나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벌금 250만 원형을 선고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아내인 김 구청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출마해 내리 재선에 성공했다.
이 전 구청장을 고발했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부인이 당선되면 남편이 축하금 걷으러 다녀도 된다는 거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