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원격의료(비대면 진료)에 최적화한 나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K-방역을 통해 입증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에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한 덕분이다. 그런데도 온갖 규제와 이익단체·정치권의 반대로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다행히 대한병원협회가 의료계에서는 처음으로 꽉 막힌 원격의료 산업에 활로를 열고 나섰다. 의원급·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을 포괄하는 병원협회는 4일 상임이사회를 거쳐 정부의 비대면 진료 활성화 방침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기존 분위기로 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의료 기술이 한국보다 뒤처진 중국만 해도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이미 한국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인공지능(AI) 진단이나 원격진료 같은 첨단 서비스가 일상화한 지 오래다.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개발한 의료 영상 AI는 중국 내 100여 개 병원에 보급, 활용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한 의료 서비스 고객도 1억 명을 넘는다. 산업적 측면에서 의료 분야를 과감하게 지원한 중국 정부의 전략과 의료진의 적극적인 동참이 만들어낸 성과인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AI 진단도, 원격의료도 금지된 상태다. 의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보건·의료 규제만 500건이 넘는다고 한다.

4차 산업의 핵심에 속하는 원격의료 산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병원협회 결단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정 이후 상급 병원으로의 쏠림, 유사시 법적 책임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의사협회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풀 수 있는 문제다. 병원협회는 초진환자 대면진료, 대상 질환 선정, 환자 쏠림 방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등 합리적 조건을 제시했다. 야당은 과거 여당 시절 의료산업 발전에 적극적이었다. 여야와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해 비대면 진료를 정착시킬 초당적 최적안을 신속히 도출·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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