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정서 고조 속 직할시장 첫 파면…한궈위 지지 시의원 극단 선택

올해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에게 패한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이 97%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유권자로부터 탄핵당했다.

6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가오슝 시장 탄핵 여부를 묻는 소환 투표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선거파면법 등 관계 법령상 소환 투표에서 파면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파면 찬성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넘으면 해당 지차체장은 탄핵된다. 가오슝시의 유권자는 229만여 명으로 최소 기준은 4분의 1인 57만4996명이다. 96만9259명(투표율 42.14%)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무효표를 제외한 유효 투표 96만4141명 중 절대다수인 93만9090명(97.4%)이 찬성표를 던져 탄핵 기준을 훌쩍 넘겼다. 반대표는 2만5051표(2.6%)에 그쳤다. 탄핵 찬성이 거의 100%에 가깝게 나온 것은 한 시장 지지층이 전략적으로 이번 투표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한궈위는 소환 투표가 정략적으로 추진된다면서 지지층에 투표 보이콧을 호소한 바 있다.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한 시장은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친중 성향이 강한 국민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한 시민단체가 ‘한 시장이 시장직 당선 직후 대선에 나가 시정을 방기했다’면서 탄핵을 발의한 바 있다.

이날 파면안이 가결됨에 따라 한 시장은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유권자에게 중도 소환된 첫 지방자치단체장이 돼 정치 인생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한 시장은 이날 투표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냈다. 가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으로 7일 이내에 이번 투표 결과를 확정해 공고하면 한궈위는 시장직을 잃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 결과로 국민당 지지 세력이 전국적으로 결집하면서 한 시장이 차기 국민당 주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평소 한 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던 쉬쿤위안(許崑源) 가오슝시 의회 의장이 이날 파면 확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시내의 한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채로 발견돼 대만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경찰이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인 가운데 대만 언론들은 쉬 의장이 탄핵 확정 소식에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사고 직전 페이스북에 “이번에는 누가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중앙통신사는 “비록 시장에서 파면됐지만 한궈위 지지자들은 그의 정치적 자산”이라며 “내년 국민당 주석 선거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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