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논설위원

김종인 파격에 기존 保守 충격
進步 선동 이길 유연성 불가피
경제·안보 代案으로 신뢰 복원

진정성 있는 당내 토론 이끌고
사심 없는 인재풀 확장이 절실
野 인사도 실력으로 성장해야


미래통합당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출범한 이후 노선(路線)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 “경제는 시장에 맡기라는 말도 그만하라” “기본소득을 논의해야 한다”는 충격적 메시지를 내놓자 당 안팎에서 “포퓰리스트”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다”는 비판과 함께 “80세 노인의 욕심”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종합적 평가는 이르지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이념과 체제는 국가 운영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같은 유전자(DNA)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한쪽은 세계 수준의 경제·정치·대중문화·방역 체계를 가진 일류국이고, 다른 쪽은 세계 최악의 경제파탄국, 인권탄압국이다. 뭐가 달랐는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세습독재와 통제경제가 지난 70년간 만들어낸 차이다.

둘째, 자유민주·시장경제 노선이 분명하다면, 정책 운용 방식에서는 얼마든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뜻밖에도 복지 강화를 들고나왔을 때 아무도 그가 사회주의자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21세기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는 9 대 1이나 2 대 8 같은 일방적 비율로 갈 수 없다. 6 대 4와 4 대 6 사이에서 타협을 봐야 한다. 그런 현실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든 것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다.

셋째, 김 위원장은 일단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는 보수라는 말은 싫어하지만, 자유라는 본질적 가치는 존중한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당시 그는 여당이 내놓은 긴급재난지원금 70% 지급안을 100%로 키웠지만, 올해 예산 512조 원에 포함된 180조 원의 복지·고용 예산을 줄여 재원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이것은 그가 논쟁을 촉발한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권 일부에서는 아동·청년·노인 수당 등 기존 복지에 추가로 기본소득을 올려줄 것처럼 말한다. 그것은 진보적 접근이다. 올 수 없는 세상이 올 것처럼 선전·선동하는 것이 진보의 본질이다. 김 위원장도 선거에서 선전·선동이 통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대표적 보수 경제학자가 “김종인이 시장경제를 버릴 생각”이라고 비판한 것은 아직은 과해 보인다.

그렇다면 김종인 체제는 내년 재보궐 선거, 후년 대선·지방선거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다른 불리한 여건을 제쳐놓고, 정책만 보더라도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등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지만, 그의 경제는 아직 반쪽짜리다. 그는 청와대 시절 토지공개념, 박근혜 캠프 시절 노인 연금 등 분배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성장에는 관심이 적은 듯하다. 오히려 그는 재벌 개혁론자로, 기업 활성화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총선과 달리 대선은 경제 이슈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죽고 사는 문제, 즉 안보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비대위원 누구도 안보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다. 북한 핵 위협이 그대로 남아 있고, 미·중이 본격 대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교·안보는 내년 대선 때까지 계속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통합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안보 문제는 계속 여당에 끌려다닐 것이고, 이는 자유민주라는 핵심 가치의 손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개선책은 무엇인가. 우선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수 있으니 “시비 걸지 말라”는 태도는 오만해 보인다. 만일 개인적 욕심이 있다면 깨끗이 버려야 한다.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김 위원장은 2017년 4월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나를 먼저 생각하면 널리 인재를 모을 수 없다. 2년 뒤 선거에서는 대통령 후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17명의 광역단체장, 226명의 기초단체장, 786명의 광역의원, 2894명의 기초의원 후보가 필요하다.

통합당의 정치인들도 김 위원장에게 잘 보여서 후보가 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40대 경제 전문가’ 후보는 잊어도 된다. 정치인은 스스로 도전하고, 스스로 크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던진 이슈들을 놓고 당내에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책도 더 정교해지겠지만, 자연스럽게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이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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