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빅3, 23조원대 LNG선 수주
슬롯계약은 ‘가계약’… 韓 LNG 수입량 따라 본계약 달라질 수도
현대重·대우조선해양·삼성重
2027년까지 100척 이상 계약
전체 물량의 85%… 중국 제쳐
2016년이후 LNG선 건조실적
韓 99척·日 26척·中 13척 기록
화물창 원천 기술 유일 보유한
佛 GTT, 1조원 반사이익 받아
다음 수주 유력 국가는 러시아
韓, 쇄빙 LNG선도 잘 만들어
6월이 시작하자마자 들려온 카타르발(發) LNG 운반선 슬롯 계약 소식으로 국내 조선업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조선업계 안팎에선 ‘잭팟이 터졌다’는 분위기와 함께 한국이 기술·품질 면에서 LNG 운반선 건조의 세계적 강국임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는 카타르발 낭보에 힘입어, 러시아 등지에서 추가 수주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슬롯 계약은 일종의 임시 계약으로, 향후 정식 발주 시 실제 물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경쟁국인 중국을 월등히 앞서고 있긴 하지만, 중국 역시 최근 카타르와 16척의 슬롯 계약을 맺으며 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은 긴장할 대목이다.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 카타르 수주 의미
9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오는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슬롯 계약을 따냈다. 슬롯 계약이란 정식 발주 전에 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절차다. 임시 계약 형태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LNG 운반선 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수주 규모는 총 23조6000억 원가량. 특히, 이번 계약으로 국내 조선 3사는 카타르 LNG 개발 프로젝트에 따른 LNG 운반선 수주전에서 중국 기업에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LNG 운반선에서 강국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② 韓, 대형 수주에 이르기까지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과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정상회담 후 ‘카타르 수주’를 최우선 순위에 올렸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담당 국무장관 겸 QP CEO는 “LNG 운반선 60척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라며 대형 수주의 기대감을 높였다. LNG 운반선 60척은 지난 2018년 한 해 발주량에 맞먹는 규모다. 이후 QP는 지난해 4월 한·중·일 등 주요 조선사에 LNG 운반선 발주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보냈고 당시 국내 조선 3사 모두 제안서를 냈다. 한국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건조 기술이 중국 조선사에 앞선 것으로 판단했지만, 중국 정부의 선박금융 지원 등 전폭적 지원을 배경으로 한 맹추격이 이뤄지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한국 정부도 이 과정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등이 카타르 국무장관과 잇달아 면담을 진행하며 지원군 역할을 했다. 민·관 협력 속 카타르 수주 결과는 이르면 지난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중 무역 분쟁 등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발주 일정이 올해 6월로 미뤄졌다. 대신 발주 규모가 기존 60척에서 100척으로 크게 늘면서 업계는 ‘가뭄 속 단비’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③ ‘싹쓸이’는 中에 앞선 기술력 덕분
지난 4월 QP의 LNG 운반선 1차 물량 16척이 중국 후둥중화(호東中華)조선에 돌아가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1차보다 훨씬 많은 2차 물량 수주에 국내 조선 3사가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QP는 LNG 운반선을 약 120척(기존 74척→약 190척) 늘릴 예정이며, 이중 중국에 돌아간 16척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물량의 약 85%를 우리나라가 가져오게 됐다. 국내 조선 3사는 가격 조정을 통해 점유율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전 세계 조선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카타르 LNG 운반선 수주전’에서 우리나라의 승리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과거 수주 실적과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조선사의 ‘독무대’가 예상된 것이다. 실제 국내 조선 ‘빅3’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QP가 발주한 LNG 운반선 53척을 전량 수주했다. 게다가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현재까지 LNG 운반선 건조 실적은 △한국 99척(71%) △일본 26척(18%) △중국 13척(9%)으로 한국이 압도적이다.
LNG 운반선은 LNG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탱크에 저장해 운반해야 한다. 극저온 상태의 LNG가 새면 강철이 약해져 배가 두 동강 날 수도 있다. LNG는 화기(火氣)가 닿으면 대형 해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선사들이 까다롭게 조선소를 고른다”며 “대형·대량으로 LNG 운반선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건조 경험이 많은 한국 조선사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수주 배경을 설명했다.
④ 카타르 QP가 이번 발주 추진한 이유
이번 계약은 카타르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 LNG 프로젝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노스필드(North Field) 가스전 확장을 추진 중인데, 노스필드 가스전은 현재 연 7700만t 수준인 LNG 생산 능력을 오는 2027년까지 연 1억2600만t으로 늘리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를 수출하기 위해 QP가 LNG 운반선 발주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의 LNG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LNG 운반선도 기존 74척에서 19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⑤ LNG선 건조 계약 서두른 배경은
업계에서는 카타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세계 경기 위축 여파에도 불구, 서둘러 LNG 운반선 건조 계약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세계 최대 LNG 생산국’ 타이틀 탈환을 꼽는다. 지난해 호주는 근소한 차이로 카타르를 제치고 LNG 분야 최대 수출국에 올랐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에너지퀘스트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해 LNG 7750만t을 수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4%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카타르의 LNG 수출은 같은 해 7500만t에 그쳤다.
⑥ 카타르, 韓·中 등 아시아시장 탐내
카타르가 LNG 생산 능력을 키우는 주요 이유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카타르가 중국에 이어 한국 조선 3사와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의 LNG 1위 수출국은 중국이며, 뒤이어 한국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LNG 수입 1위 국가는 카타르(27.8%), 2위는 호주(19.1%), 3위는 미국(12.8%)이다. 카타르와 국내 조선 3사가 체결한 이번 계약에는 LNG 수입 관련 내용이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향후 한국가스공사와 카타르의 LNG 장기계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국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LNG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⑦ LNG선 수주따른 연간 수익 전망은
QP의 요구에 따라 사별 구체적인 수주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회사마다 전략과 선박 건조 공간인 슬롯 현황에 따라 수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공개된 23조6000억 원을 단순 계산하면 사별로 7조∼8조 원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까지 공급하는 계약이기에 1척 건조에 약 2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주는 2024년까지 나눠 이뤄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사별로 35척 정도 수주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7척 정도 발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연간 1조5000억 원 수준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회사별 연간 LNG 운반선 수주 목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코로나19로 극심한 수주 가뭄이 우려됐던 만큼 향후 5년 이상 안정적 물량을 확보한 건 유의미하다.
⑧ 한국 수주에 덩달아 웃음꽃 핀 佛
LNG 운반선에서 가장 중요한 기자재 중 하나는 LNG를 싣는 화물창이다. 화물창은 LNG를 영하 160도로 유지·보관하는 저장창고다. 내부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가스가 급격히 팽창·폭발할 수 있어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현재 국내 모든 LNG 운반선 화물창은 프랑스 GTT 설계대로 건조된다. 국내 조선사는 LNG 선박 1척을 만들 때마다 로열티(기술료)로 배값의 약 5%를 지급하고 있다. 1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조선사가 GTT에 지급한 로열티만 4조 원에 달한다. 만약 조선 3사가 100척을 수주한다면 GTT는 약 1조 원의 수익을 챙기게 된다. 통상 LNG 1척 제조 시 재료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이익이 선가의 5∼7%로 알려진 만큼, 조선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LNG 화물창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⑨ 슬롯 계약대로 본 계약이 성사될까
향후 일정은 카타르 정부가 선사(해운)와 용선 계약을 한 뒤 선사가 조선사에 발주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이번 슬롯 예약 내용대로 본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에너지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시장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토로가 나온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의 태양광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카타르의 LNG 운반선 발주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단,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LNG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진 LNG 가격이 석탄보다 낮아지는 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만약 가격 하락으로 LNG 발전이 석탄발전을 대체, LNG 소비가 증가하면 발주가 늘어날 수도 있다.
⑩ 넥스트 카타르는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는 향후 카타르 이외 지역으로부터도 LNG 운반선을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 조선소의 LNG 운반선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는 모잠비크, 러시아 등이다. 특히 러시아 LNG프로젝트에서 발주되는 LNG 운반선은 얼음을 깰 수 있는 쇄빙 LNG 운반선이어서 기존 LNG 운반선보다 가격이 1.6배가량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한국 조선사는 쇄빙 LNG 운반선에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 3사가 최근 카타르와 맺은 대규모 LNG 운반선 수주가 향후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조선업의 경우 실제 선박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면서 조선사들이 선박 대금에 대한 환율 위험을 피하고자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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