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특임교수

그동안 정치 개혁 百藥이 무효
대통령制엔 의회 독립 더 절실
4년 임기 보장도 소신 위한 장치

상임위 중심 國會 운영도 핵심
대통령黨-반대黨 구도 땐 파행
당론보다 의정활동 우선해야


제21대 국회가 출발부터 불안하다. 임기가 시작됐으나 개원식을 하지 못하고, 지난주에 제2당(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다수당(더불어민주당)이 군소 정당과 무소속을 모아 본회의를 개최해 의장과 부의장(여당 몫)을 선출했으나,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둘러싸고 1당과 2당 간에 합의가 안 돼 본격적인 활동을 못 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국회 원 구성에 걸린 기간이 평균 41일이었으니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지 걱정이다.

그동안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 의원들의 세비(歲費)나 특권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강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수를 299명에서 273명으로 줄였으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세비를 줄이는 경우, 돈 있는 사람만 국회의원을 하게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노력은 필요하다. 근본적인 것은, 국회 운영 시스템을 고쳐 뛰어난 정책 능력을 갖춘 인물이 국회에 들어가 실력을 발휘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치 투쟁에 강하거나 선거구 관리를 잘하는 국회의원이 재선되는 시스템이었다.

21대 국회는 현행 내각제식 국회 운영 시스템을 대통령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제인데도 내각제식(式)으로 국회를 운영하기 때문에 양대 정당 간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空轉)되거나 파행과 교착 상태가 너무 자주 일어난다. 내각제에서는 제1당이나 연립 집권당이 똘똘 뭉치지 않으면 내각이 무너지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당론을 따라야 하고, 정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해도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보장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대통령당(黨)’이 무조건 대통령에게 충성해야 하고, 국회의원들이 국회직보다 당직을 더 열심히 하는 게 문제다. 많은 국회의원이 국회 대신 중앙당 당사로 매일 출근해 탈이 난다. 날마다 상대 당을 향해 정치적 공격을 해대니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대통령제 국회가 일본의 내각제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당론 투표’에 따르는 거수기가 된다. 재선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인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마음껏 소신을 펼치지 못하고 당론에 순응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여당·야당이라는 용어도 일본에서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제에서는 여당·야당이라는 용어가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여당인지,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여당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 대신 다수당 또는 1당, 야당 대신 2당이라는 용어가 정확하다. 그리고 대통령제에서는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권력 분립의 원칙이 작동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회가 내각제식으로 운영되는 바람에 대통령당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옹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대통령당과 반대당 간의 극한 대립이 잦아져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게 된다.

앞으로 대통령제식으로 국회를 운영하려면, 국회법을 고쳐서 원내 교섭단체의 너무 막강한 권한을 줄여야 한다. 교섭단체가 합의하지 않으면 상임위원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잘못된 정치 관행을 고쳐야 한다. 앞으로 국회 운영이 교섭단체에서 상임위원회 위주로 바뀌고, 의장단의 권한이 커져야 정당 간 대립이 줄어들고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보다 선거구 관리에 몰두하는 한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다음 선거에서 재선되려면 입법 활동을 잘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선거구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철저하다. 그래서 국회 일정보다 선거구 행사나 선거구민의 경조사에 더 열심히 참석한다. 특히, 입법 관련 주요 쟁점 토론이나 최종 결정은 소속 당의 원내 대표단에 맡겨 버리고 선거구 관리나 지지 단체의 민원 해결에 더 열심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유권자들이 입법 활동보다 지역구나 지역 구민을 잘 챙기는 국회의원에게 표를 던진다는 데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의정 활동을 잘한 국회의원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다면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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