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재협의”에 관심집중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한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측에 인수 조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진의(眞意)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포기’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과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풀이가 교차하고 있다. 채권단이 대응에 부심하는 가운데 인수 가격 등을 놓고 HDC현산과 향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이 지난 9일 채권단에 인수 조건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대체로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용 카드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항공 산업 전체가 최악의 위기에 빠지면서 현재 조건으로 인수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대로 인수가 진행되면, HDC현산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며 “HDC현산이 인수 조건 재협의를 요청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HDC현산이 입장문을 통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문제를 직접 거론했기 때문이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보다 2019년 말 기준 2조8000억 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된 데 이어 1조7000억 원을 추가 차입하면서 4조5000억 원이나 부채가 증가했다. 부채 비율도 계약 기준 시점 대비 1만6126%나 급증하는 등 자본 잠식 우려가 크다는 게 HDC현산의 입장이다. 업계에선 인수 불발 시 HDC현산에 책임이 없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 이번 입장을 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이 애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HDC현산이 지급한 계약금 상환 문제를 놓고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채권단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항공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부닥친 만큼, ‘딜 클로징(거래 종결)’ 시점을 올해 말로 옮기는 데에는 양측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세부 인수 조건을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지속할 것으로 분석된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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