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현안에 대해 어떤 담론이 형성되는지 파악하는 데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각종 계간지의 특집 기획을 읽는 것입니다. 1년에 네 차례 발행되다 보니 계간지는 단행본보다는 발 빠르게, 일간지나 방송 뉴스보다는 긴 호흡으로 현안을 다루죠. 각 계간지 여름호의 특집에서 두드러진 주제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입니다. 사망자 수 40만 명을 넘어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비극을 반드시 보다 나은 미래로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호소입니다.
이영석 광주대 명예교수는 ‘역사비평’(역사비평사) 131호에서 19세기 말∼20세기 초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서구의 국제 공조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증기기관차와 증기선 발명으로 콜레라, 황열병 등 풍토병과 페스트 등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속도로 퍼져나간 시기였습니다. 1851∼1894년 8차례에 걸친 국제위생회의 등의 노력은 결국 2차 세계대전 후 세계보건기구(WHO) 창설로 이어졌습니다. 이 시기 국제통신연합, 만국우편연합, 국제도량형회의, 국제올림픽 운동 등이 이뤄진 것을 보면 보건 위기가 국제 공조라는 새로운 협력과 발전의 계기가 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코리아 스켑틱’(바다출판사) 22호에서 “코로나19 위기의 유익한 교훈은 전 세계적 문제를 다루는 전례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류가 여태껏 기후 위기나 자원 남용 같은 전 세계적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한 이유는 각 국가가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만 매달렸기 때문인데, 이번 사태로 인류가 ‘공동의 적’의 존재를 확실하게 깨달았다는 얘깁니다. 그는 “우리가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면 기후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폅니다. 도덕철학자 토비 오드가 내놓은 ‘미래 세대의 동의’라는 화두도 이와 통합니다. 현재 우리의 선택에 미래 세대가 막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정책 결정 시 그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대재앙의 시기, 우리 모두 역사 앞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