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는 반짝일 거야 │ 마달레나 모니스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노란공 │ 다니엘 페어 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민찬기 옮김 │ 그림책공작소
전통적으로 모험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었다. 오디세우스가 그랬고 로빈슨 크루소가 그랬다. 시련을 이겨내는 영웅적 주인공의 성장은 감명을 줬지만 그들 절대다수는 백인, 남성이었다. 유색인종을 그림책에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작가 에즈라 잭 키츠의 본명은 야곱 에즈라 카츠다. 폴란드계 이민자였던 그가 본명을 숨긴 이유는 ‘야곱’에서 유태인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칼데콧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눈 오는 날’의 주인공 피터는 검은 피부를 가졌다. 그 뒤 60년이 지났지만 차별의 벽이 여전히 높다.
그림책 ‘우리의 이야기는 반짝일 거야’와 ‘노란공’에서는 주인공이 두 사람이다.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것은 고전적인 단독 영웅 서사가 지닌 패권주의와 인종주의를 허물겠다는 시도다. 두 작품 모두 성별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이야기이며 인종 다양성을 고려한 주인공이 나온다. ‘우리의 이야기는 반짝일 거야’의 주인공 주앙과 팀은 둘 다 다갈색 머리카락을 가졌지만 피부색은 비워두었기 때문에 특정 인종으로 지칭되지 않는다. 빨간 모자가 달린 옷을 입은 팀은 겁이 없고 파란 옷을 입은 주앙은 조심성이 많다. 팀은 큰 배를 몰아보고 싶어 하고 주앙은 종이배 만들기를 좋아한다. 주앙에게 필요한 것이 자신감이라면 팀에게 필요한 것은 신중함이다. 둘은 힘을 합쳐 대모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다음 무지개로 만든 미끄럼틀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그림). 밀림과 바닷속을 가로지르는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모험이다. 둘 중 한 사람은 독자이며 한 사람은 책 속의 주인공인데 단서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노란공’은 더 본격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연대의 서사다. 루이사와 루이스는 눈동자 색, 머리카락 색, 성별이 모두 다른 두 아이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루이사와 루이스의 모험이 펼쳐지는 곳은 책을 접고 펼치는 경계면, 제본선 안쪽의 판타지 세계다. 전작 ‘아무도 지나가지 마!’에서 이미 제본선을 저항의 전선으로 활용한 바 있는 베르나르두 카르발류는 이 책에서도 제본선을 탁월한 환상의 통로로 만든다. 두 주인공은 뱀 주사위 놀이를 할 때처럼 책의 구석구석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빠져나오면서 현란한 모험을 완수한다. 전통적인 책 읽기의 순서를 뒤바꾸는 이야기 방식은 차별이 공고한 현실에 대해 그림책의 물리적 양식을 빌려서 수행하는 전복적 반격이다.
책이 용감하면 책을 읽는 사람은 더 용감해질 수 있다. 책이 평등하면 세계의 불평등이 기이하게 보인다. 우리가 용감한 인물들의 평등한 이야기를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