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CNN 창립자인 테드 터너는 79세 때인 2018년 9월 방송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원로 방송저널리스트 테드 코펠과의 인터뷰에서 “치매를 안고 사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묵묵히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코펠과의 인터뷰를 ‘공인으로서의 은퇴 무대’로 선택한 그는 더 이상 대외 공식 활동이나 공개 연설 등을 하지 않은 채 몬태나 목장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첫 여성 대법관이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도 88세가 되던 지난 2018년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대중에게 알렸다. 남편 병간호를 위해 2006년 대법관직을 내려놓은 오코너는 성명을 통해 “치매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할지 모르지만 축복받은 내 삶에 감사하는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에서 위안부결의안을 처음 발의한 레인 에번스(1951∼2014)의 경우, 일리노이주 연방 하원의원 활동 중이던 1995년 파킨슨병이 발병했지만 의정 활동을 지속했다. 선거 때 공화당 상대 후보도 문제 삼지 않았다. 1982년 하원 입성 후 2007년 1월 은퇴까지 정치인 생활 절반 가까이를 파킨슨병과의 싸우며 보냈지만, 베트남전 참전용사 지원법 마련 등 약자 보호에 힘쓴 정치인으로 존경받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년 전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재판에 출석해 “내 건강에 대해 지금도 그렇고, 대통령 재임 중에도 그렇고 평생 숨기고 살았는데 교도소에 들어오니 감출 수가 없다”며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앓아왔다고 밝혔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2011년 12월 타계 직전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파킨슨병 판정은 17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7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황장애를 앓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의 병가 신청에 대해 국회 사무처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에 공개됐다. 이 의원은 발병이 2017년이었다고 밝혀 총선 때 병력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투병 사실 공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공인이라면 달라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표를 받는 정치인이라면 더 그렇다. 당선 직후 공개는 허위 정보로 유권자를 속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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