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국민 세금) 퍼주기’가 반복되면서 해마다 각 부처가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이만큼 달라”고 요청하는 예산 요구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각 부처가 요구한 액수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퍼주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예산 당국인 기재부의 역할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예산 편성의 중요한 과정인 예산 요구가 갈수록 의미 없는 허례허식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12일 내놓은 ‘2021년도 예산(총지출) 요구 현황’을 보면, 각 부처(중앙관서)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 원, 국회 확정 기준) 대비 6.0% 늘어난 542조9000억 원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예산 요구 증가율(전년 본예산 대비)은 2018년 6.0%, 2019년 6.8%, 2020년 6.2%, 2021년 6.0%였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정부 안)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7%, 2020년 9.3%로 예산 요구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 중에서 나라의 곳간을 책임진 기재부가 당장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업을 일부 삭감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 지출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일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기재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 요구액(542조9000억 원)은 오는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예산보다 훨씬 규모가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각 부처의 예산 요구액을 내년 예산안에 한 푼도 깎지 않고 전부 반영한다고 해도,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의 예산 규모 547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증가하기는커녕 0.8%(4조2000억 원) 감소한다.
더욱이 현재 정치권에서는 제2, 제3의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이럴 거면 예산 요구는 뭐하러 받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