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 메신저’ 이미지를 각인시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변신은 충격이다.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에서 바삐 움직이며 의전을 돕고, 담배 재떨이를 들고 있는 ‘착한 동생’ 이미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막말에 군사행동까지 지시하는 모습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보다 더 이중적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만찬 석상에서 김정숙 여사에게 고개를 깊이 숙이며 딸처럼 인사하던 모습이나, ‘김여정 팬클럽’이 생겼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할 때 수줍어하던 모습은 이제 보기 힘들 것 같다. 지난 4일 김여정은 담화에서 탈북민에 대해 ‘쓰레기’ ‘똥개’라고 언급했고, 13일엔 함께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남측 인사들을 향해 험담을 쏟아냈다. “뒤늦게 설레발 치는 것들의 상습적인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형식에 불과한 상투적인 언동을 믿어서는 안 되며 배신자와 쓰레기들의 죄상을 절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고 했다. 거기에다 “쓰레기는 오물통에 가져다 버려야 한다”는 말을 들어 보면 등 돌린 연인에 대한 저주도 이보다 심하진 않을 것이다.
김여정이 오빠를 대신해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대적(對敵) 사업에 앞장서는 ‘나쁜 경찰’ 역할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이 자기 입으로 남측을 비난하면 ‘수령의 무오류론’에 흠집이 나는 만큼 동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적극적으로는 김여정이 앞으로 김정은을 대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여정이 13일 담화에서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대남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한다”고 언급한 것이나, 군 지휘부에 군사 행동을 지시한 것은 김정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할 때 했던 ‘당 중앙’의 역할을 김여정이 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허위는 아니라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온다. 사실상 권력승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예전에도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백두혈통이 총대를 멘 적은 없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여정 담화에 쓰인 단어를 분석해 보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격해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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