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복잡한 사회 환경에 처한 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국민이 원하는 공공서비스나 재화를 공급한다. 중앙정부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지방정부 또는 사회단체나 개인과 협동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흔히 ‘보조금 사업’이라는 형태를 띠게 되는데,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고 사업은 사회단체나 개인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보조금 사업은 정부가 직접 사업을 하는 것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직접사업보다 효율성이나 효과성이 높을 수 있다. 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재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사업 추진이 쉽게 이뤄질 개연성도 크다. 그뿐만 아니라, 민간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제안케 함으로써 더욱더 창의적인 사업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보조금 사업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무리들이 나타나 정부의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먼저 차지하려는 아귀다툼이 벌어진다. 학계에서는 이를 포크배럴(pork barrel·득표용 지역 개발 사업)이란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국민의 혈세 나랏돈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엄격한 재정규율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그렇다. 조세는 말할 것도 없고, 지출에 있어서도 엄격한 사전심사와 사후심사를 제도화하고 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조사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성실히 그 보조사업을 수행해야 하며 그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해선 안 된다.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 받거나 지급 받은 자 또는 그 사실을 알면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지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거나 금지된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의 부실회계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의하면, 중앙관서의 장은 보조금에 관한 예산의 적절한 집행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보조사업자 또는 간접보조사업자에 대해 보고를 하게 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사무소 또는 사업장에서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재산을 검사하게 하거나 관계자에게 질문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관리 태만이라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받으려면, 여가부가 지금이라도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의혹이 남지 않도록 속 시원히 조사해야 한다.
시민단체나 공익단체의 가장 큰 재원은 대개 정부지원금이나 기부금이다. 기부행위를 유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재원 운용의 ‘투명성’이다. 자신이 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어야 기부에 대한 동기가 부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부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인데, 회계 투명성에 먹칠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제도만으로 보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다. 문제는, 잘 다듬어진 제도가 때로는 ‘장식용’이 돼 버린다는 점이다. 이참에 엄격한 조사와 사후 조치를 통해 재정규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선량한 의도로 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많은 사회단체나 공익단체가 피해를 안 보게 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