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영훈국제중학교와 대원국제중학교의 인가를 취소하고 이들 학교를 내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10일 결정했다고 한다. 인가 취소의 공식 이유는, 이 두 학교가 정기 평가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중 폐지’는 조 교육감의 선거 공약이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그는 국제중 폐지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는 국제중 폐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들 국제중학교가 ‘학교 서열화와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두 국제중학교 측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이들 학교는 ‘교육청에서 미리 탈락 및 폐지로 결론을 내려놓고 실시한 부당한 평가라 승복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세부적인 평가 과정을 검토해 보면 이들의 항변이 억지라고만 치부하긴 어렵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두 학교는 기존의 평가 기준에 초점을 맞춰 평가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평가를 3개월 앞둔 지난해 12월 시교육청이 갑자기 합격 점수를 60에서 70으로 10점이나 올리고,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 비중은 15점에서 9점으로 낮췄다고 한다. 또, 사실상 교육청 재량인 ‘감사 등 지적 사례’는 5점에서 10점으로 높이는 등 평가의 절차 전반을 대상 학교에 불리하게 바꿨다고 한다.

일반인들의 관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두 국제중학교의 폐지를 놓고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 교육감의 결정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이번 국제중 폐지가 헌법에 보장된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에 대한 선택권을 부정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교육기본법 제3조와 제12조는 각각 적성과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와 학습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13조에서는 자녀 아동의 교육에 관한 학부모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교육권은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필요로 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을 할 수 있는 권리이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선택권, 교육 내용 선택권, 학교 교육에 대한 참여권 등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권 핵심은 교육에 관한 선택권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앙정부와 다수의 시·도 교육청 정책 기조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의 폐지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편중돼 왔다. 이번 조 교육감의 국제중 폐지 결정은, 이미 불타고 있는 교육 선택권이라는 집을 신속히 전소시키기 위해 기름을 부은 격이다.

물론, 국제중을 비롯한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에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 없는 만큼 기존의 문제점들은 시정·보완해 나가면 된다. 국제중학교 폐지라는 처방은 우리의 교육 체제를 전체주의적으로 획일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현재의 집권 세력은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정책 집행에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하는 발상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나 선거가 아닌,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그리고 다양한 소수 의견의 존중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망각할 때,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주장대로 다수에 의한 폭도정치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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