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17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2018년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는 완전히 파탄났다. 판문점선언 이후에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함으로써 이미 근간이 무너지고 사문화(死文化)한 상태였지만, 북한의 이번 조치로 지난 2년여 동안의 현란한 정상회담 이벤트들은 쇼로 확실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애초부터 핵 폐기 진정성이 전제되지 않은 신기루였다는 점에서 이제야 냉정한 현실로 돌아간 측면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환상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에 발 딛는 계기로 삼으면 북한의 도발을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이다. 국민 세금 178억 원이 투입된 것은 물론 ‘준(準)공관’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도 상주대표부 이전 단계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상응하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 단순한 ‘유감과 경고’만으로는 안 된다. 북한 책임을 조목조목 분명히 밝히고 즉각적인 원상 복구와 배상을 요구하고 민·형사상 책임 소재까지 분명히 기록으로 남겨 언젠가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주권과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 길도 된다.

북한은 17일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군(軍) 배치 및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복원 방침을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접경지 전선의 경계수위를 ‘1호 전투 근무체계’로 격상한다고 선언했다. 김여정은 “세상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장을 보자”고도 했다. 개성공단 조성 이전에 북한이 이곳에 배치했던 170㎜ 자주포, 240㎜ 방사포 등은 수도권을 겨냥한 화기인데다 유사시 최우선 남침통로다. 국군은 즉각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엔군사령부의 교전수칙은 물론 국제법에는 ‘비례성의 원칙’이 있다. 일방적 도발에 응전할 경우 ‘충분성의 원칙’을 따르는 게 기본이다. 안보태세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방 확성기 재설치 등 북한에 대한 비대칭 전력을 동원해 응징해야 한다. 심지어 데프콘 격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17일 뒤늦게 “무례하고 몰상식” 등으로 북을 비판하고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상응 대가’ 방침을 내놨다. 결코 빈말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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