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담 없어 적극 진단 나서
보험료율도 獨·日 등보다 낮아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유행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외국과 달리 비교적 ‘선방’한 배경에는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 진단 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의료비 조기 지급 등 각종 지원이 코로나19 국가적 대응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진단 키트의 신속한 현장 사용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빠른 의사결정이 있었다. 보통 건보적용이 되려면 상당기간이 필요하지만 공단 측은 바이러스의 감염속도가 이례적인 것을 감안, 신속하게 건보적용 결정을 내렸다. 방역의 최대 관건은 스피드인 만큼, 이 같은 결정은 역학조사를 통한 감염차단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건강보험 지원으로 수많은 의심환자들이 진단 검사를 신속하게 받아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비에 대한 공단의 지원도 ‘K-방역’의 일등공신이다. 코로나19 치료비는 중등도 환자의 경우 1000만 원 수준이지만 건보적용(80%)과 국고 지원(20%)으로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진단 검사부터 치료 전 과정을 통틀어 ‘0’원이었다. 경제적 부담의 해소는 의심환자의 적극적 진단 검사와 치료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건보제도는 세계 각국의 보험제도와 비교해도 ‘낮은 보험료와 높은 의료접근성’을 확립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국 건보 제도의 보험료율을 보면 △독일 14.6% △일본 10.0% △벨기에 7.35% 등에 비해 한국은 6.46%(직장가입자 기준)로 매우 낮았다. 반면 의료 접근성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외래이용 횟수 평균은 지난해 6.8회인 반면, 한국은 16.6회에 달했다. 평균 재원 일수도 18.5일로 OECD 평균 8.1일에 비해 길다.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방대한 기저질환 자료도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됐다. 건보공단은 건보 가입자들의 진료기록 등을 통해 보유한 기저질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군을 분류해 방역 당국에 자료를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로, 중증환자는 의료기관으로 배치하는 등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수행한 결과, 사회 분야에서는 ‘국민건강보험제도 실시’(80.0%)가 가장 큰 업적으로 꼽혔다.
이밖에 건보공단은 환자가 줄어든 병원들에 대해 건보 급여비를 조기에 정산·지급함으로써 경영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됐던 대구 가입자의 건보료 납부액 기준 하위 50%에 대해 3개월간 건보료를 50%, 그 외 지역에 대해서도 납부액 하위 20%의 건보료를 3개월간 50% 감면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보 보장성 강화(일명 문재인 케어) 등으로 건보공단은 19일 발표된 공기업 경영 평가에서 우수(A) 등급을 받았다”며 “앞으로 코로나 19 장기화에 대응해 보장성 강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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