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관련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조사를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맡아서 처리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러한 조치가 “옳지 않다”면서 “시정하는 조치를 밟겠다”고 했다. 이어서 민주당의 설훈·박주민 최고위원도 윤 총장이 장관과 각을 세운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취임했던 추 장관이 처음 한 일은 검사장급 간부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권 실세를 수사하던 핵심 인물들을 모두 좌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정권 실세와 교감이 가능한 인물들을 배치했다. 지금 윤 총장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퇴임 직전에 추천한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그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총장이 과거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마무리하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현 정권은 법무부 장관을 동원해서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기 시작했다. 총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내년 7월까지 어쩔 수가 없다. 대신 철저하게 고립시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 주요 인사들을 단순하게 총장파와 비총장파로 나눠 보자. 현 검찰총장은 온갖 압력을 감수하면서라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을 자세다. 비총장파는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는 기세다.

지금껏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잘 하지도 않았고, 하려다가도 좌절되곤 했다. 그렇게 검찰은 정치적 종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과거 정권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좌천됐던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현 정권은 그를 그냥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윤 총장은 정권과 같은 편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추구하는 편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정치적 배려를 하지 않고 그저 범죄의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하필이면 왜 지금에 와서 우리만 뻣뻣한 검찰총장에게 당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잘 생각해 보라. 진보 집단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원하지 않았는가. 검찰이 보수 정권으로부터는 정치적으로 독립돼야 하지만, 진보 정권에는 종속(從屬)돼야 한다는 말인가. 법무부 장관이 왜 검찰총장의 사건 배당 지시까지 간섭하는가. 보수 정권은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니까 검찰이 잘 감시해야 하지만, 진보 정권은 절대로 그럴 일이 없으니 아예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여당은 지금도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민주적 정권이니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검찰 개혁이며 민주적 통제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것이 선거를 통해서 확보된다지만, 그래도 검찰이 정권에 종속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아무리 민주적인 정부라 하더라도 정권 실세의 범죄 행위는 그냥 덮어 버리라고 요구한다면 법 앞의 평등이라는 사법(司法)정의는 이 땅에서 설 자리가 없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알게 되는 날이 올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정치인들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에 여당도 야당도 절대 그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내지 않는 것 같다. 이 점에서 정치권이 담합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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