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규(45·사진) 소설가가 6년 만에 새 장편 ‘파르티잔 극장’(문학동네)을 펴냈다. 역사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 탐구에 천착해 온 손 작가가 이번에는 1930년대부터 6·25전쟁에 이르는, 20세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시기를 그린다. 참담하고 슬픈 시대적 상황을 두 남녀의 ‘사랑과 예술’을 통해 풀어냈다.
작가의 말을 통해 “무력하고 불행한 사랑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다”고 밝히기도 한 손 작가는 소설의 초점을 해방 후의 혼돈과 전쟁의 참화 속에 휘말려 들어가는 두 남녀의 마음의 움직임에 둔다. 하루 종일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면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하던 소녀 희수와, 그 집에 인력거꾼 아버지와 함께 세를 살던 소년 준은 서로의 상실과 상처를 알아보고, 서로의 비극을 감당하기 위해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자아’를 키운다. 준은 연극으로, 희수는 춤으로.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대신하며, 결국 서로의 ‘이야기’가 되어주고 싶은 바람과 열망을 무대 위에 쏟아낸다. “적어도 무대에서라면 자기가 누구인지를 잊어도 괜찮고 자기 자신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그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142쪽)
소설은 희수와 준이 이별과 재회를 거듭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의 좌익 운동과 사상 검열, 해방 후 좌우 갈등과 정치공작 등 주요한 정치적 사실 뿐 아니라, 신파극이 대중극과 신극으로 다양화하고 궁중무용이 서양 춤으로 이행돼가는 문화예술계의 흐름을 좇는다. 이를 통해 이야기는 ‘인간이 인간일 수 없던 시대’에 사람은 어떻게 인간성을 지킬 수 있으며, 이때 사랑과 예술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정련된 문장으로 소설 세계에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손 작가는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등을 펴냈으며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등을 받았다. 368쪽, 1만4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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