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초기 친구이자 폭스뉴스 회장이었던 로저 에일스가 “워싱턴의 기존 정치와 외교를 뒤흔들려면 존 볼턴이 필요하다”고 추천했다. 트럼프는 “볼턴은 그 콧수염이 문제야.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마이클 울프가 쓴 ‘화염과 분노’에 나오는 일화다. 평소 말끔하게 면도하는 것을 좋아했던 트럼프는 칫솔 같은 모양의 볼턴 콧수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볼턴은 자신의 트위터에 ‘콧수염을 손질하라는 언론의 조언은 고맙지만, 면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볼턴은 소방관 아버지를 둔 소년이었던 1964년 반공주의자였던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할 정도로 뼛속까지 강경 보수주의자다. 천재라고 소문날 정도로 예일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4명의 대통령 밑에서 일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주자였다. 볼턴을 뒷조사해도 나올 게 없다고 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고 한다. 그에게 콧수염은 고집스러움과 공격적 성향을 상징한다. 심리학자들은 콧수염 기른 남자들이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고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가 많다고 한다. 히틀러나 스탈린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볼턴의 성향이 북한 등에 대한 강경책을 선호하던 트럼프 눈에 들어 2018년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모범생’ 볼턴의 눈에 트럼프는 보수주의자가 아닌 ‘쇼 맨’으로 비쳤다. 리비아식 ‘선 비핵화 후 보상’을 추구하던 볼턴의 입장에선 트럼프의 북핵 협상이 황당하고 미국 안보에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트위트 해고’ 앙갚음도 있을 것이다. 볼턴의 눈에는 비핵화 환상에 빠진 문재인 정부도 대동소이했을 것이다.

사사건건 북핵 협상에 문제를 삼자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그를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백인 기병대 대장이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볼턴과 파트너였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전임 보좌관들과 달리 볼턴과는 거의 전화 통화를 못 했다고 한다. 결국 이번 회고록으로 악연(惡緣)이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볼턴의 ‘콧수염’ 때문에 북한의 ‘거짓 비핵화 쇼’ 재앙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볼턴이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았다면 끔찍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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