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심 쓰듯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지시한 것은,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현란한 쇼를 벌이며 문 정권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보여준다. 문 대통령을 향해 역겨운 욕설을 쏟아내고, 대한민국 재산이자 준(準)공관인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최전방에 스피커를 설치하는 등 긴장을 끌어올리더니 돌연 ‘유턴’한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전전긍긍하며 ‘김여정 하명’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로 굽실거렸고, 스스로 잘못했다며 인책하기도 했다. 최근 일련의 북한 행태를 보면, 문 정권을 길들이기 위해 정교한 전술을 구사했음을 알기 어렵지 않다. 예상대로 문 정권은 능멸을 감수했고, 김정은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 자격으로 23일 군사위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총참모부가 건의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보도했다. 그 직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북한은 문 정부를 쥐고 흔들며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다. 김여정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구에 금지법 추진에 나서고, 관련 탈북자 단체를 해산시키고 지원도 끊었다. 개성 사무소 폭파에도 문 대통령은 “인내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군사계획 보류 지시에 감지덕지해선 안 된다. 김 씨 남매의 행태와 존 볼턴 회고록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잘못된 토대 위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적화통일 야욕도 호전성도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북 정책이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에 발을 딛도록 해야 한다. 첫 단추는 개성 사무소 폭파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는 일이다. 이미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는 깨졌기 때문에 대북 심리전과 한·미 훈련 등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이날 ‘2020 군비통제보고서’를 통해 북핵의 완전한 폐기(FFVD)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고 완전히 이행할 것을 거듭 천명했다. 북핵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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