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5년만에 사기 무혐의

‘그림 대작(代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75) 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관련 논란이 제기된 지 5년 만의 판결로, ‘예술’과 ‘사기’ 사이의 오랜 논쟁 끝에 대법원은 예술 영역에서는 사법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며 조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예술계에서 무명 화가나 조수들이 유명 화가의 작품을 보조 명목으로 대작하는 오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의 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 문제된 미술작품이 친작(親作)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하여 제작하였는지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조 씨는 알고 지내던 화가 송모 씨가 그린 그림을 넘겨받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판매해 1억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016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조 씨는 송 씨 등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밑그림을 그려준 조수에 불과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미술계 특성상 조수를 활용한 창작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송 씨 등은 조 씨의 창작활동을 돕는 데 그치는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기 혐의를 인정,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작품의 주요 콘셉트와 소재는 조 씨가 결정, 송 씨 등은 의뢰에 따라 조 씨의 기존 작품을 그대로 그린 것으로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적합성과 관행 여부는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은지·이희권 기자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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