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사진) 명예회장이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한 유언장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지난 2000년 3월 4일 신 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 일본 도쿄(東京) 롯데홀딩스 빌딩 내 자신의 사무실 금고에 보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언장은 고인이 타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지연됐던 사무실 및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고, 지난 11일 유족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가정재판소 가사 제3부에서 개봉됐다.
유언장이 작성된 시점은 임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이었다. 고인은 주말이었던 이날 홀로 출근해 깊은 고민 끝에 유언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유언장은 △한·일 롯데그룹 후계자는 신동빈으로 한다 △신동주는 롯데그룹 실무와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나(신격호)의 형제들은 롯데그룹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롯데 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특히,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해서는 실무와 인사에서 배제시킨 뒤, 만일 경영을 맡긴다면 연구·개발(R&D) 분야가 적당하다고 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유언장은 법률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인 효력을 갖지 않는다”며 “해당 유언장이 작성되기 전부터 고인의 비서를 지낸 인물이 증언한 신 명예회장의 후계자 관련 의사에 대한 내용과도 반한다”고 반발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7월 1일자로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 및 CEO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을 총지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지분을 신 전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하고 있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완전 종식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신 회장은 광윤사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인 종업원 지지회(27.8%)와 임원지주회(6.0%)의 지지를 계속 받아야만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할 수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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