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생태계 보호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바른 먹거리입니다. 야생 박쥐나 천산갑 등이 코로나19의 숙주로 추정됨에 따라 한계를 모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반성이 시작됐습니다. 신간 ‘종말의 밥상’(박중곤 지음, 소담출판사)은 코로나19 사태와 상관없이 우리가 먹거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굳이 야생까지 안 가더라도 보통 시민들의 밥상 위에 오르는 일상의 음식들이 본 모습을 잃은 변형된 식재료로 이뤄졌다는 얘깁니다.

우선 과일이며 작물들은 ‘제철’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6월은 돼야 맛볼 수 있던 딸기가 12월부터 시장에 나오는가 하면 오이, 애호박, 토마토 등은 마치 공산품처럼 사시사철 출하됩니다. 설탕을 뿌린 듯 당도가 높아진 과일은 ‘비타민 공급원’이라는 전통적 관념과 달리 비만과 만성염증, 심혈관·뇌혈관 질환, 당뇨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맵지 않은 풋고추, 번식의 상징인 씨앗이 사라진 과일들, 링거 맞는 환자처럼 흙이 아닌 양액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 작물들….

동물도 나을 게 없습니다. 배합사료를 달걀로 바꾸는 기계로 전락한 산란계(鷄), 예외 없이 거세당해 중성화된 수소와 수퇘지, 시멘트 바닥이나 철판 위에서 사육되는 바람에 굴토성(掘土性·주둥이로 땅을 파는 습성)을 잃은 돼지, 쉬지 않고 임신과 우유 생산에 시달리느라 자연 수명의 3분의 1도 못 사는 젖소, 하천에 스며든 화학물질과 농약 등에 중성화된 물고기들…. 다들 자연스러움과는 한참 거리가 멉니다.

뼈아픈 것은 특별한 악의 없이, 단지 편리하고 매혹적인 것을 좇는 우리의 욕망과 부주의함이 이 같은 왜곡과 변형을 가져온 주범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부작용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토종 식재료가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생물 다양성이 축소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밥상 앞에서 종말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는 저자의 경고가 결코 과하지 않게 들립니다. ‘악의 없는’ 욕망 추구가 ‘결과로서의 악’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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